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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선수]`자격증 부자`김병지"공부도 운동도 끝을 봐야죠"

기사입력 2013-12-22 18:26 | 최종수정 2013-12-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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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가 19일 오후 파주NFC에서 진행된 AFC B급지도자 교육 중 코칭실습 수업을 하고 있다. 장훈고 후배들을 대상으로 '공격수가 크로스로부터 득점하는 방법'의 이론과 실기를 가르쳤다.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단언컨대 김병지(43·전남 드래곤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지런한 축구선수다. K-리그의 산증인이자, 레전드 골키퍼다. 대한민국 축구사 30년 중 무려 22년을 그라운드에서 누볐다. 1992년부터 총 641경기에 나섰다. 매경기 K-리그 최다출전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는 기록의 사나이이자 철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78㎏의 체중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 소문난 독서광, 여행광이자 패밀리맨이다. 5년 전부터 미래를 위해 지도자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혹독한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공부에 몰입하는 코스가 이제 제법 익숙하다. 지난 19일 함박눈이 쏟아지는 파주 NFC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B급(2급) 지도자 교육 과정 '코칭실습' 수업중인 김병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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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가 코칭실습 수업에서 장훈고 후배에게 크로스후 득점을 연결하는 루트와 타이밍을 가르치고 있다.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김병지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전남 드래곤즈 골키퍼 김병지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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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사나이' 김병지가 장훈고 후배들을 대상으로 코칭 실습 수업을 하고 있다.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함박눈 속 '코칭 실습' 수업

김병지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파주에 들어왔다. 김상식 김한윤 김남일 설기현 등 내로라하는 베테랑 K-리거들과 함께 3주간 합숙하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이날 교육은 장훈고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직접 코칭 기술을 실습하는 수업이었다. 김병지는 김두현, 김상식, 김은중에 이어 4번째 순서로 나섰다. '공격수가 크로스로부터 득점하는 방법을 기술하시오'라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김병지가 후배들을 상대로 득점 루트를 설명했다. "월드컵 득점의 대부분은 60%는 페널티박스내 위험지역, 33%는 세트피스, 7%는 중거리 슈팅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지의 지도에 따라 어린 선수들이 크로스에 이은 슈팅의 임팩트와 타이밍을 연습했다. 김병지는 특유의 적극성과 리더십으로 어린 후배들을 이끌었다. 레전드의 레슨에는 흡인력이 있었다. 연습경기에서 세트피스에 의한 골이 3골이나 터졌다.

김병지의 코칭을 받은 장훈고 수비수 최광성(18)은 "'레전드' 프로선수에게 배우니 이해가 잘됐다. 10번이라도 더 배우고 싶다"며 즐거워 했다. 조영증 경기위원장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골키퍼 출신이 필드플레이를 지도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선수 스스로 도전정신과 적극성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최고의 선수답다"고 평가했다. 이번 B급 지도자 연수에 막내로 참가한 울산 수비수 이 완은 "최고참이신데 늘 솔선수범하시고 배움에 열정적인 모습이 놀랍다. 후배 입장에서 배우고 싶은 점이 많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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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가 함박눈이 쏟아지는 파주NFC에서 강민수 김남일 설기현 등 후배들과 함께 코칭실습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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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가 코칭실습 수업, 자신의 순서를 앞두고 미리 준비해놓은 수업자료를 확인하며 김남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그라운드 자격증 최다 보유자

김병지는 2009년부터 골키퍼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1급까지 단계별로 모든 코스를 마스터했다. 김병지의 꿈은 골키퍼 코치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필드플레이어 지도자 도전에 나섰다. 2011년 C급 지도자 코스에 이어 올해, B급 지도자 코스에 도전했다. '당연히' 최고 단계인 P급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22년의 치열한 선수생활이 말해주듯, 무엇을 하든 끝장을 보고야 마는 스타일이다. "골키퍼를 시작했으면 최고의 골키퍼가 돼야 하고, 지도자가 된다면 또 최고의 지도자가 돼야죠. 회사에 들어간다면 사장이 돼야 하고, 무조건 끝까지 가야죠." 골키퍼 출신 명장 귀네슈 감독을 언급했다. "K-리그에선 저만큼 골을 많이 먹어본 선수가 없잖아요"라며 웃었다. 가장 오래 뛰었고, 가장 많은 골을 먹었다. 골에 관한 한 김병지만한 전문가는 없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답게 공격수들의 움직임, 수비라인의 조직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골키퍼 출신 감독이라는 타이틀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김병지의 축구는 세상을 향해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재능기부나 봉사를 할 때도 골키퍼 포지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으니까요."

축구뿐 아니라 시즌 중에도 틈틈이 다양한 자격증에 도전했다. "나만큼 자격증이 많은 축구선수는 드물 것"이라며 싱긋 웃었다. "고등학교때 선반기능사 1급 자격증,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땄고, 운전은 1종 대형 면허, 트레일러 운전, 원동기 운전 면허까지 다 땄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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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그라운드에서 22년간 641경기를 뛰어온 골키퍼 김병지는 후배들과 두루두루 친하다. 코칭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울 수비수 김진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배가 가는 공부하는 선수로서의 성실한 길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파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2.19/
독서와 여행으로 세상을 배운다


축구선수 김병지는 자타공인 '독서광'이다. 축구선수들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는다.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느냐?"는 질문에 김병지가 발끈했다. "자기계발서는 20대 초반에나 읽는 것 아니에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탐독했다고 했다. 무려 925페이지에 달하는 애플 CEO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를 완독했다. '화폐전쟁'은 1~3권까지 독파했다. 경제, 마케팅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달러화의 등락, 주가의 등락이 대한민국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신명나게 설명했다. 책 이야기에 신이 났다. 최근엔 '무리뉴,그 남자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온가족이 읽고 싶은 책들을 욕심껏 구입한다. B급 지도자 교육을 받기 위해 파주에 입소하면서도 책 4권을 챙겨왔다.

김병지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뉴스다. 각 방송사 뉴스를 모조리 챙겨본다. "축구선수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죠." 비시즌때는 가족 배낭여행을 즐긴다. 가족을 이끌고 두차례 유럽 배낭여행, 미국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2002년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운전을 하면서 다녔어요. 2010년엔 LA 라스베이거스도 차를 렌트해 다녀왔고요." 지도자 교육을 마친 후 올 연말엔 부인, 세아들(태백, 산, 태산)과 함께 또다시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난다. "미국 씨월드, 세계 최대 아쿠아리움이 목적지예요. 막내 태산이가 물고기를 좋아해서 보여주려고요."

김병지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축구선수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패밀리맨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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