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119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위원장이 탄생했다.
도전자는 많았지만 승부는 쉽게 갈렸다.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자 않은 가운데 최소 득표에서 동률을 이룬 우칭궈 위원과 세르미앙 응 부위원장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해 우칭궈 위원이 탈락했다. 새 위원장은 이어진 2차 투표에서 결정됐다. 로게 위원장은 "동료 여러분에게 새 위원장이 뽑힌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밝히고 투표를 중단한 뒤 잠시 후 공식 발표 행사에서 이제 IOC에 바흐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바흐 위원장은 2차 투표에서 유효표 93표 중 절반이 넘는 49표를 얻었다. 캐리언 위원이 29표로 선전했지만 바흐 위원장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 세르미앙 응(6표), 오스발트(5표), 붑카(4표) 순이었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IOC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서독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겼다. 1976년과 1977년 세계펜싱선수권대회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서도 세계 챔피언 자리를 차지한 유능한 스포츠맨이다. 특히 1977년 대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려 그에게 이번 선거는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1991년 IOC 위원에 선출된 바흐 위원장은 집행위원(1996∼2000년), 부위원장(2000∼2004년, 2006년∼) 등 IOC 내에서도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2인자'로 자리매김해 차기 위원장 후보 중에서도 선두 주자로 꼽혔다. 독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바흐 위원장은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법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법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변호사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통합 독일 올림픽위원회(DOSB)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강원도 평창과 경쟁한 독일 뮌헨의 유치위원회를 이끌어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이번 선거에서 '다양성 속의 조화'(Unity in Diversity)를 모토로 내건 바흐 위원장은 지난 5월 출마 선언을 하면서 "독일 및 국제 스포츠 무대뿐만 아니라 사업과 정치·사회 분야에서의 경험 면에서 나는 (IOC 위원장이라는)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잘 훈련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흐 위원장은 임기를 마치는 로게 위원장으로부터 새 수장으로 호명된 뒤 강한 신뢰를 보여준 동료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하고서 "IOC는 아주 훌륭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올림픽의 밝은 미래를 위해 조화를 이뤄 함께 연주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일해나가겠다"면서 "(내 집무실) 문과 나의 귀와 마음은 항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