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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엄마'남현희,국대선발전2위...클래스 보여줬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9-07 14:02


'엄마 검객' 남현희(32·성남시청)가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남현희는 7일 전북 남원 춘향골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전체 참가선수 67명 중 2위에 올랐다. 이날 8강에서 첫 상대인 백전노장 정길옥을 15대9로 꺾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함께 동메달을 합작한 동료를 상대로 진검승부를 펼쳤다. 4강에선 장예슬(인천중구청)을 15대5로 가볍게 누르고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국가대표 후배 전희숙(서울시청)과 박빙의 시소게임을 펼쳤다. 3위안에만 들면 국가대표 자동선발이 확정되는 만큼 양쪽 모두 편안한 승부를 예상했지만 두 선수는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 남현희가 14대15, 한 포인트차로 패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후배들은 남현희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 4월 말 첫딸 하이를 출산한 후 검을 잡은 지 정확히 한달 3일이 됐다고 했다. 아이가 거꾸로 서있어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바람에 복근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빠른 잔발을 이용한 특유의 플레이를 하기엔 근력도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다. 모든 악조건을 뛰어넘은 건 베테랑의 경험과 강인한 멘탈이었다. 3일간 치러진 선발전에서 남현희는 매일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를 치를수록 몸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6일 패자부활전에서 지켜본 남현희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5게임을 뛰었다. 패자조 마지막 경기에서 인천중구청 에이스 김미나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14-12도 뒤지던 상황, 김미나의 찌르기 한번이면 8강행이 불발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베테랑 남현희의 관록이 빛났다. 14-14로 차근차근 따라붙은 남현희는 마지막 순간, 상대의 중심을 끝까지 파고드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15대14,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다음날 전희숙과의 결승전에서 1점차로 패한 후, 남현희는 해당 장면을 거듭 복기했다. 승부욕도 의지력도 대단했다. 당당히 2위에 오른 남현희를 향해 여자후배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언니 한달 운동했다면서 이렇게 잘하시면 우린 어떡해요"라는 농반진반 볼멘소리에 남현희가 활짝 웃었다. "후배들 앞길을 막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짐이 된다면 언제라도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 개인전뿐 아니라 단체전에서 내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선후배 모두 윈-윈 아니냐"고 했다.

실력으로 무장한 '엄마 검객'은 강했다. 당장 '젖먹이' 하이를 두고 입촌할 일이 걱정이지만, 자랑스러운 엄마의 길, 국가대표의 길을 당당히 걸어갈 생각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막내로 출전해 단체전을 뛰었다. 2014년 4번째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4연패를 반드시 이루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한편 이날 국가대표선발전 여자플뢰레에서는 1~3위를 기록한 전희숙 남현희 홍효진(대구대)가 자동선발됐다. 전희숙 남현희 등 기존 에이스에 '플뢰레 신성' 홍효진이 가세했다. 차세대 스타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다. 총 8명을 뽑는 이번 선발전에서 나머지 5명은 16강 이내 선수 가운데 강화위원회 추천전형으로 뽑는다. 8명의 국가대표는 이후 16강 이내 선수들과 5회 이상의 평가전을 치른다. 선발전, 평가전 결과를 합산해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엔트리를 확정하게 된다.
남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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