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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국의 레이스'에서 테러 당하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4-16 15:40 | 최종수정 2013-04-16 15:54


미국의 '애국심'이 공격당했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2차례의 폭발이 발생했다. 우승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지 3시간 정도 지난 15일 낮 2시 50분경(현지시각)이었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결승선 오른쪽 도로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2차례의 폭발은 20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났다. 8세 남자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30명 이상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중태인 사람도 10여명에 달해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 수사국(FBI)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간주했다. 현장 부근에서 폭발장치 2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파이프 폭탄'으로 추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용의자와 범행 동기 등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밝혔다. 보스턴 당국은 폭발이 발생한 지역과 인근 건물에 대피령을 내렸다. 추가 폭발에 대비해 지하철 운행 중단 등 경계를 강화했다. 보스턴과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 D.C. 등에도 경계령을 내렸다.

왜 보스턴인가

왜 보스턴 마라톤을 겨냥했을까.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와 메인주는 매년 4월 셋째주 월요일을 '애국자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 발발 기운이 드높아지고 있던 1775년 4월 15일 영국군은 보스턴을 향해 출동했다. 보스턴 인근 콩코드의 주민들이 총궐기했고 '렉싱턴'에서 충돌했다. '렉싱턴-콩코드 전투'에서 영국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1783년까지 이어진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이었다.

이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기리기 위해 보스턴은 시 차원에서 여러가지 기념 행사를 열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서 선보인 마라톤이 관중들을 열광시킨 것에 자극을 받은 보스턴 체육협회는 다음해인 1897년 4월 19일 제1회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보스턴 마라톤 역사의 시작이다. 미국의 독립을 기념해 열리는 '애국 마라톤'인 셈이다.

스포츠계는 애도의 물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IAAF는 '보스턴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으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며 '참사로 인해 가족과 친구를 잃거나 다친 이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폭발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규탄한다'고 했다.

미프로농구(NBA) 사무국도 17일 예정되어 있던 보스턴 셀틱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경기를 취소했다. 추후 재편성하지 않고 아예 열지 않는 것으로 확정했다. 두 팀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데다 시드도 받은 상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도 16일 보스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보스턴 브루인스와 오타와 세네이터스의 경기를 연기하기로 했고, 일정은 추후에 다시 잡을 예정이다. NBA와 NHL 사무국 모두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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