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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얼짱' 서효원(26·한국마사회)은 지난 7일 코리아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했다. 국제대회 첫 우승컵이었다. 일본 톱랭커 이시카와 카스미를 4대3으로 꺾고 얼짱에서 실력짱으로 거듭났다. 관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한 남자를 향해 달려가더니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취재진의 시선이 집중됐다. 소속팀인 한국마사회 박상준 코치였다. 꾹꾹 속으로 참았던 눈물이 선생님을 보자 왈칵 솟구쳤다. '이 녀석이 왜 나한테 와서….' 박 코치의 눈가도 어느새 빨개졌다.
박 코치는 코리아오픈을 앞두고 틈만 나면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국가대표 발탁 이후 첫 출전한 월드팀 컵 클래식에서 서효원의 부진이 마음에 걸렸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컨디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결론내렸다. 지난 2월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선임된 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 박지현, 김무교 코치에게 애제자의 장단점, 성격, 특징 모든 것을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대표팀 지도자들 역시 박 코치에게 활짝 마음을 열었다. 선수를 가장 잘 아는 소속팀 감독의 노하우를 '대표팀의 경쟁력'으로 흡수했다. 탁구 종목의 특성상 벤치는 타임아웃 외에 침묵해야 한다. 작전지시를 할 수 없다. 코리아오픈 관중석엔 박 코치가 있었다. '나비처럼 깎아내리다 벌처럼 쏘는 한방'은 그녀의 전매특허다. 한번 드라이브가 걸려들기 시작하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수비 중심의 공격이 아닌, 장기인 '공격' 중심의 수비가 필승전략이었다. 승부처마다 애제자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큰소리로 독려했다.
코리아오픈 결승전은 이시카와와의 리턴매치였다. 지난달 월드팀컵 클래식 일본과의 8강 단체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3세트씩을 주고받은 후 박빙의 대결 끝에 맞은 마지막 운명의 7세트, 10-8로 앞서던 서효원이 이시카와에게 허를 찔리며 10-9로 쫓기게 됐다. 듀스를 허용한다면 이후 승부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후의 매치포인트, 서효원의 선택은 변칙 고공서브였다. 그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비장의 한수, 박 코치와 수도 없이 연습해온 그 작전, 그 눈빛이 통했다. 중학교 시절 손목이 나갈 만큼 연습해온 그 비장의 서브로 그녀는 세계를 정복했다. 서효원을 가장 잘 아는 박 코치가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나는 서효원이 김경아, 박미영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수비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