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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지 말고 재밌게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응원할게요."(감강찬)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황석일)
이날 성화 최종주자로 나선 황석일씨는 지난해 충북보건과학대 레저스포츠학과를 졸업했다. '자폐증'을 앓았다고 믿기 힘들 만큼 또렷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줄 알았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할 줄 알았다. 2007년 스노보딩에 입문한 지 1년반만에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달리기는 잘 못하지만 빠르고 미끄러지는 건 스릴 있고 신난다"는 황씨는 요즘 청주의 한스포츠센터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친다. 이번 대회에선 스노보드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기대주다. 스노보드가 어렵지 않냐는 말에 "처음에는 떨리기도 했지만,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슬로건인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황씨는 평창 합숙기간 자신의 노하우를 동생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친한 친구를 묻는 질문에 "김대현, 최연소 스노보드 선수"라고 소개했다. 대회 합숙기간동안 초등학생 동생과 방을 함께 쓰며 운동도 가르쳐주고, 방청소와 챙기는 것도 도와줬다며 웃었다.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 황군의 아버지 황철민씨(54)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빨간 머플러를 둘렀다. 황군의 어머니는 특수학교 교사로 일한다. 아들을 위해 특수체육을 공부했고, 교사자격증까지 땄다. 부모님의사랑과 지지속에 황씨는 성장을 거듭했다. 혼자서도 아무것도 못하던 아이가, 비장애인과 함께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부모와 타인을 도울 줄 안다. 개막식 하루 전날 주최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고 털어놨다. 1988년 12월31일 아픔의 눈물로 받아안았던 아들이 기쁨의 눈물을 선사했다. 아버지 황씨는 "그간의 과정을 어떻게 필설도 다하겠냐. 아들이 정말 뿌듯하고 대견하다. 이 아이는 내게 축복이다"라며 웃었다. "왜 이런 아이를 제게 주셨습니까라는 원망이 이 아이를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바뀌었다"고 했다.
이날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110개국 28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30일 오전 9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으로 내달 5일까지 강릉 평창 일대에서 알파인스킹, 크로스컨트리, 스노우슈잉 등 8개 종목 선수들이 열전에 돌입한다. 1등보다 꼴찌가 큰 박수를 받는, 아름답고 특별한 올림픽이 드디어 시작됐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