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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개막식의 두영웅,감강찬-황석일"투게더 위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1-29 18:35



"긴장하지 말고 재밌게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응원할게요."(감강찬)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황석일)

19일 강원도 평창 용평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개막식을 빛낼 두 젊음이 대기실에서 마주했다. 손을 꼭 잡았다. 피겨스케이팅 유망주인 감강찬군(18·휘문고1)은 개막 공연의 주인공 '스노우맨'으로 열연했다. 4년전 미국 아이다호 스페셜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황석일씨(24)는 성화 최종주자로 나섰다.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으며 V자를 그렸다.

감군은 한국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독일NRW트로피대회에서 첫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감군은 동생 강인군과 함께 '피겨형제'로 유명하다.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어린 나이에 스페셜올림픽을 경험했다. 지적장애인인 일본 친구가 뉴질랜드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적장애인 피겨 유망주인 기형주 선수를 재능기부 형식으로 가르쳐왔다. 함께 훈련하고 돌아온 어느날, 감군은 어머니 김진영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식스핀을 하나도 못하던 형주는 3개월만에 1바퀴반을 돌아요. 나는 늘 똑같은데,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형주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배워요." 지적장애인을 상징하는 '스노우맨' 제안을 받고 뛸듯이 기뻤다. '재능기부'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상비군 훈련, 팀 훈련, 화천아이스쇼 참가 등 살인스케줄을 소화한 후 새벽 2~4시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최고의 '스노우맨'을 위해 남몰래 얼음을 지쳤다. '강감찬 장군'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이름은 감군의 아버지가 아들을 낳면 짓겠다고 별렀던 야심찬 네이밍이다. 재능을 나눌 줄 아는 용맹하고 아름다운 소년으로 자랐다.

이날 성화 최종주자로 나선 황석일씨는 지난해 충북보건과학대 레저스포츠학과를 졸업했다. '자폐증'을 앓았다고 믿기 힘들 만큼 또렷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줄 알았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할 줄 알았다. 2007년 스노보딩에 입문한 지 1년반만에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달리기는 잘 못하지만 빠르고 미끄러지는 건 스릴 있고 신난다"는 황씨는 요즘 청주의 한스포츠센터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친다. 이번 대회에선 스노보드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기대주다. 스노보드가 어렵지 않냐는 말에 "처음에는 떨리기도 했지만,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슬로건인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황씨는 평창 합숙기간 자신의 노하우를 동생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친한 친구를 묻는 질문에 "김대현, 최연소 스노보드 선수"라고 소개했다. 대회 합숙기간동안 초등학생 동생과 방을 함께 쓰며 운동도 가르쳐주고, 방청소와 챙기는 것도 도와줬다며 웃었다.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 황군의 아버지 황철민씨(54)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빨간 머플러를 둘렀다. 황군의 어머니는 특수학교 교사로 일한다. 아들을 위해 특수체육을 공부했고, 교사자격증까지 땄다. 부모님의사랑과 지지속에 황씨는 성장을 거듭했다. 혼자서도 아무것도 못하던 아이가, 비장애인과 함께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부모와 타인을 도울 줄 안다. 개막식 하루 전날 주최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고 털어놨다. 1988년 12월31일 아픔의 눈물로 받아안았던 아들이 기쁨의 눈물을 선사했다. 아버지 황씨는 "그간의 과정을 어떻게 필설도 다하겠냐. 아들이 정말 뿌듯하고 대견하다. 이 아이는 내게 축복이다"라며 웃었다. "왜 이런 아이를 제게 주셨습니까라는 원망이 이 아이를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바뀌었다"고 했다.

이날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110개국 28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30일 오전 9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으로 내달 5일까지 강릉 평창 일대에서 알파인스킹, 크로스컨트리, 스노우슈잉 등 8개 종목 선수들이 열전에 돌입한다. 1등보다 꼴찌가 큰 박수를 받는, 아름답고 특별한 올림픽이 드디어 시작됐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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