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탁구의 맏형' 오상은(35·KDB대우증권)에게 MBC탁구최강전은 아픈 사연이 있는 대회다.
지난해 8년만에 부활한 이 대회에서 오상은은 태업 논란에 휩싸였다. 폴란드리그 출전과 갑작스레 잡힌 최강전 일정이 겹치면서 당시 소속팀이던 KGC인삼공사와 불협화음을 빚었다. 국군체육부대와의 단체전에서 강동훈에게 2세트를 0-11로 내주며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최악의 분위기속에 KGC인삼공사는 4위의 수모를 겪었다. 연말 코칭스태프와 함께 서면으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런던올림픽의 해, 훈련장도 없이 어린 후배들과 함께 쓸쓸히 개인훈련에 전념해야 했다. 탁구선배이자 한때 복식조로 호흡을 맞췄던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주세혁 유승민과 심기일전한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다.
23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열린 MBC탁구최강전, 대우증권 유니폼을 입고 1년만에 다시 나선 이 대회, 오상은의 각오는 남달랐다. 단체전에서 팀을 결승무대에 올리지 못한 후 고참이자 에이스로서 아쉬움이 컸다. 개인전에서 이를 악물었다. 승리를 향한 오상은의 집념은 빛났다. 단식 1회전인 16강에서 '올림픽 동료' 깎신 주세혁을 4대3으로 꺾었다. 8강에서 차세대 에이스 이상수(삼성생명)를 역시 풀세트 끝에 4대3으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 이정삼을 꺾은 오상은은 유승민 정영식 서현덕을 줄줄이 꺾고 올라온 왼손 에이스 이정우(농심)와 결승에서 격돌했다. 특유의 파워풀 드라이브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몰아붙였다. 첫세트를 9-11로 내줬지만 이후 4세트(11-4, 11-9, 11-5, 11-7)를 내리 따내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마지막 4세트에서 7-2까지 앞서가다 실책으로 내리 2점을 허용했다. 배수진을 친 이정우가 거침없는 공세로 나섰다. 벤치의 김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렀다. "상대가 팍팍 하는 흐름에 끌려가면 안된다. 리시브할 때 집중력 있게 하라"며 침착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평정심을 되찾은 오상은은 특유의 백드라이브로 이정우를 압도했다. 마지막 10-7 상황, 파워드라이브가 들어가는 순간 오상은이 두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4대1로 우승을 완성한 후 환하게 웃었다. '결자해지' 힐링매치였다. 최강전의 아픔을 최강전 우승으로 치유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