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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일은 기본을 착실히 다져야 제대로 이룰 수 있다. 대표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저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20년간 세계 무대를 누빈 남녀 핸드볼 대표팀의 기본은 그리 충실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부터 세미 프로리그를 목표로 출범한 핸드볼코리아리그가 23일 4회 대회를 마무리 했다.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2012년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드러난 희망과 과제에 대해 짚어보자.
올 시즌 들어 더욱 치열해진 경쟁 구도도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할 만한 요인이다. 남자부에서는 두산이 리그 4연패를 달성하면서 여전히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준우승팀 충남체육회나 웰컴론코로사, 인천도시공사의 기량도 예년에 비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음 시즌부터는 절대 우위를 장담할 수 있을지 불투명 하다. 여자부는 인천시체육회의 리그 2연패로 막을 내렸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척시청에 한때 6골차까지 리드를 허용할 정도로 비슷한 전력을 드러냈다. 창단 첫 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SK나 지난 4년간 전력을 다지면서 '제2의 삼척시청'으로 불리고 있는 서울시청도 내년 시즌에는 충분히 리그 우승에 도전할 만한 팀으로 평가를 받았다.
스타 없는 코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여전
팀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여전하다. 재정적으로 안정된 일부 팀으로의 쏠림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고교, 대학을 중심으로 특정팀 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자부는 내년부터, 남자부는 2015년부터 신인 드래프트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오는 12월 열릴 여자부 드래프트를 앞두고 일부 고교팀과 선수들이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조기 대학 진출이나 드래프트 포기 결정을 내리면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핸드볼계 관계자는 "당장은 힘들수도 있지만, 팀에서 실력을 키워 본인 스스로 몸값을 올리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오는데 아직까지 이런 인식이 일반적이진 않다"면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1주일 사이에 몰아치기로 운영하는 대회 일정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쉬지 않고 열리다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틀이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도 피로누적으로 인해 경기력이 후반기에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주중 또는 주말을 경기일로 지정해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요구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