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차칸남자'양학선VS'나쁜남자'양학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9-24 07:20


대한민국 체조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건 런던올림픽, 그날 이후 '스무살' 양학선(한체대)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전북 고창의 비닐하우스에서 금메달의 꿈을 이룬 이 기특한 청년에게 각 기업의 '억대' 후원이 줄을 이었다. 지난 한달간 양학선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스포츠스타였다. 예능프로그램 출연, 프로야구 시구, 후원 행사 참가로 눈코뜰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언론 인터뷰는 물론 TV출연, CF 러브콜 1순위로 지목됐다. 가장 빛나는 순간, 가장 어려웠던 시절 자신을 도와준 이들을 기억했다. '월드비전' 드림스쿨에 참가한 중학생 후배들을 위한 '꿈의 멘토'를 자청했다. '착한 남자' 양학선이 CF에선 반항아 이미지의 '나쁜 남자'로 변신했다. 현대자동차 온라인 모델로 나서 '터프가이'의 전형을 보여줬다. 런던올림픽 그 후, '도마의 신' 양학선의 변신은 무죄다.


◇22일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드림스쿨에서 양학선이 중학생 후배들의 멘토를 자청했다. 고민에 대한 진솔한 조언과 함께 체조 원포인트 레슨을 실시하며 마음을 나눴다. 핸드프린트 행사에서 손도장 옆에 '꿈을 포기하지 말고 꼭 이루세요'라고 썼다.
착한남자:'멘토' 양학선

양학선은 "동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22일 오후 2시 모교인 한국체육대학교 체조훈련장 승리관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드림스쿨' 멘토로 나섰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2012년 1월부터 진행해온 '드림스쿨'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양학선이 중학교 1학년 때 찍었던 방송영상이 공개됐다. 고사리손으로 링을 붙잡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고통을 감내하던 열네살 소년은 "내 꿈은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당찬 목표를 밝혔다. 소년의 간절한 꿈은 6년 후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년이, 그맘때 자신같은 후배들 앞에 섰다. 양학선은 지난 2001년부터 광주체고를 졸업하던 2011년까지 10년간 월드비전 후원자들로부터 생계비와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가장 절박했던 순간 손을 내밀어준 누군가에게 보답할 방법을 고민했다. 쉽지 않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를 자청했다. 서울, 인천, 군산, 창원 등에서 온 청소년 119명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운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요리사, 요가강사 등 꿈이 많은데 어쩌면 좋을까요?" 동생들의 고민상담에 진솔하게 응했다. "체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인기 종목이다. 누가 금메달이나 성공을 생각했겠나? 하지만 난 일단 목표를 크게 잡았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만 있다면 이룰 수 있다. 포기만 안하면 그 꿈의 언저리까지라도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국가대표가 꿈이라면 상비군이 될 수 있고, 더 열심히 하면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 힘들더라도 '근성있게' 딱 한명을 정해놓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끈질기게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양학선의 강렬한 메시지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토크콘서트 후 체조 시범과 함께 뜀틀, 앞구르기, 뒤구르기, 물구나무 서기 등 '원포인트 레슨'도 이어졌다. 동네오빠, 동네형 같은 '멘토' 양학선과 함께 뛰고 구르는 내내 청소년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 핸드프린트 행사, 양학선은 꾹 눌러찍은 손도장 옆에 '꿈을 포기하지 말고 꼭 이루세요!'라고 썼다.


◇'순둥이' 양학선이 터프가이로 변신했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2013년형 아반떼 CF에서 터프하고 강인한 '남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캡처=현대자동차 '2013년형 아반떼' CF
나쁜남자:'터프가이' 양학선

양학선은 8월 말 현대자동차 '2013년형 아반떼'의 온라인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세상에 없던 클래스'라는 광고의 컨셉트와 난도 7.4의 '세상에 없던 기술' YANG HAKSEON(양학선)으로 세계를 제패한 양학선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19일 온라인에 공개된 이 CF에서 양학선은 '터프한 남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체조로 단련된 '금메달' 상반신, 탄탄한 식스팩을 드러냈다. 보디빌더처럼 강인한 포즈를 능숙하게 취해보였다. '나쁜남자' '짐승남'을 연상케 하는 반항적인 표정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올해 초 코카콜라체육대상 수상 당시 거침없이 셔플댄스를 추던 신세대 청년의 끼를 드러냈다. '순둥이' 양학선의 숨겨둔 끼에 현장 스태프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중에서 세바퀴를 비틀어내리는 환상적인 도마연기와 자동차의 질주가 오버랩되더니 양학선이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승용차에 올라탔다. 자신만의 기술로, 역경을 딛고 보란듯이 성공한 '스무살 청년'의 모습이 CF속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세상에 없던 체조선수' 양학선의 터프하고 화려한 변신에 팬들 역시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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