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민이형,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해, 그래야 주변의 위로도 귀에 들어와."
|
조원민과 친해진 박태환은 아픈 사연을 뒤늦게 전해들었다. 누구보다 가슴아파했다. 런던올림픽 마지막 호주 전훈을 앞두고 있던 6월 초, 평소처럼 훈련을 마친 박태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민이형, 연서 생일이 5월 초였다면서? 늦어서 미안." 박태환은 빵과 쿠키를 사들고 '조카' 연서네 유치원을 찾았다. '수영영웅'의 깜짝 방문에 유치원은 난리가 났다. 멋쟁이 '태환삼촌' 덕분에 연서는 그날 유치원에서 스타가 됐다.
런던올림픽 직후 박태환과의 첫 통화, 첫마디는 "형, 그동안 여자친구 사귀었어?"였다. 실격, 실격 번복으로 마음고생했을 '동생'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씩씩했다. 위로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형도 여자친구 사귀고, 나도 빨리 사귀어서 같이 놀러가면 좋겠다"며 싱긋 웃었다. 지난달 함께 떠난 짧은 여행에서 박태환이 잊은 줄로 알았던 1년 전 그 약속을 다시 언급했다. "형, 뮤직비디오 언제 찍어?"
|
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뮤직비디오 현장은 달콤했다. 9월 중순 음원공개를 앞둔 조원민의 첫 디지털 싱글 타이틀 '첫눈'의 선율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사랑해 첫눈에 말하고 싶었어, 첫눈에 그댄 걸 알았어, 지금처럼 항상 나의 곁에서 같은 꿈을 꾸기 바래.' 사별한 아내를 그리며 만든 첫사랑 노래라고 했다. 물살만 가르느라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한 동생 박태환을 위한 노래라고도 했다. 마이크를 앞에 놓고 박태환이 가수처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감미로운 선율에 박태환이 익숙하게 리듬을 탔다. 물속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리듬감은 음악을 듣는 귀에서도 남달랐다. "오는 길에 손석배 지원팀장의 차에서 한번 들은 것이 전부"라더니, 이내 익숙한 립싱크를 시작했다. 박자도, 가사도 놓치지 않았다. 가사를 한두번 봤을 뿐인데, 금세 통째로 외워버렸다. 영리했다. 이내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조원민이 엄지를 번쩍 치켜올렸다. "태환이는 센스가 정말 뛰어나다. 운동선수의 순수성과 스마트함을 겸비했다. 가사 해석력, 적응력도 빠르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태환이의 마음씀씀이에 용기를 얻었다. 그 마음이 내게 에너지가 된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며 선한 눈매로 웃었다.
박태환은 뮤직비디오 출연 동기에 대해 "형수 생각에… 내가 형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라고 짧게 답했다. 노개런티 출연을 자청했다. "그동안 친분 있는 가수들의 부탁을 줄곧 거절해왔다. 뮤비 찍은 걸 알면 섭섭해할 수도 있지만, 만약 돈이 오가는 일이었다면 안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영을 하면서 많이 넘어져봤다. 내가 넘어졌을 때 누군가 옆에서 손 내밀어줬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형이 '가수 조원민'으로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훌쩍 자라 돌아왔다. 소년의 마음은 줄곧 '사람' '사랑'을 향하고 있었다.
'첫눈'이라는 노래처럼 "첫눈에 반한 여자 없냐"는 우문에 "있으면 이러고 있겠어요?"라는 직설화법으로 답했다. "런던올림픽 끝나면 연애부터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연애를 채근하자 "할 거라니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며 내뺀다. 조원민이 "태환이가 올해 첫눈 오는 날, 첫눈에 반한 여자와 데이트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양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