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영웅들을 향해 근거없는 악성 댓글을 남기는 못된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29일 코카콜라체육대상 7월 MVP 시상을 위해 만난 신아람(26·계룡시청) 역시 아픔을 토로했다. 또렷한 이목구비의 신아람은 미인이라는 찬사에 "외모에 대한 악플이 진짜 많다"며 웃었다. '수술했네' '못생겼네' 이런저런 악플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주위에선 "런던올림픽 후 이슈가 되니 질투하나 보다,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해줬지만 솔직히 말처럼 쉽지 않다. "동료인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선수 기사 아래에도 같은 사람이 단 듯한 내 욕이 달려 있더라"며 웃었다. 신아람은 "내가 연예인도, 스타도 아닌데 이해가 전혀 안됐다"고 했다. 이해는 여전히 안되지만 최근에서야 마음을 다잡았다. "어제 보니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연예인 셀카 아래에도 '못생겼다' '대체 어디가 예쁘냐'는 악플이 달리더라. 나한테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원래 이런 거구나"라며 그냥 체념했다고 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 역시 스타덤과 동시에 악플에 시달렸다. "나는 그냥 리듬체조 선수이고,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고등학생일 뿐인데…"라는 말로 섭섭함을 드러냈다. '메달도 없고, 성적도 없는 애'라는 악플은 열여덟 소녀의 가슴에 큰 상처가 됐다. 마음의 상처를 독한 훈련으로 이겨냈다. 대한민국 최초의 런던올림픽 결선 무대에서 개인종합 5위의 최고성적을 거둔 후 "리듬체조와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를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 분명한 건 이 '표현의 자유'가 '무분별한 막말과 악성 댓글'의 자유는 아니라는 점이다. 올림픽 영웅들을 향한 악플의 수위는 도를 넘었다. 런던올림픽 세계 5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이들에 대한 겸허한 인정과 축하는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힘이다. 우리들의 영웅을 스스로 지켜내는 일은 소중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