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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취미 정도로 시작했다. 살을 빼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볼을 잡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좋아 보였던지 동생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여동생에 이어 막내 남동생까지 선수가 됐다. 김태규(17·태백기공)와 김아영(15·황지여중), 김태웅(13·장성초) '태백 핸드볼 삼남매' 탄생의 계기다.
핸드볼계는 삼남매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김태규는 일찍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중학교 때부터 실력이 성장하면서 유스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둘째 김아영은 초등부 시절 최우수선수(MVP)를 두 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일찍부터 소질을 보였다. 지난 7월 제9회 태백산기전국종합핸드볼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 무릎을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오르면서 올 시즌을 치르지 못한게 아쉽다. 형 태규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서 핸드볼을 시작했다는 막내 태웅은 태백산기 남자 초등부에서 장성초의 우승에 기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세 선수의 활약을 지켜 본 강태구 대한핸드볼협회 실업분과 이사는 "세 선수 모두 실력을 조금만 더 키우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분석했다. 정 씨는 "형편이 어려워 남들은 다 하는 보양식도 못 해먹였다"고 울먹이면서도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질을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영이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핸드볼을 시켰는데, 요즘 사춘기라 그런지 마음이 왔다간다 하는 것 같다"면서 "운동만 열심히 한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핸드볼에는 삼남매의 꿈이 걸려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국가대표 형, 언니들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비고 싶단다. 그것이 여태껏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최고의 효도라고 했다. 김태규는 "열심히 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국가대표가 되어 돈도 많이 벌고 싶다"면서 "키는 크지 않지만 빠르고 정확한 슛을 던지는 심재복(인천도시개발공사)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아영은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고 최고의 선수가 된 김온아(인천시체육회)를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꼭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제법 진지한 형, 누나에 비해 막내는 아직 개구쟁이다. 그래도 꿈 하나는 확실하다. "핸드볼 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자주 웃었으면 좋겠어요."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