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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참 많이 울었다. 팬들에게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를 알리게 돼 기쁘다."
[Thanks to 부모님과 가족들]
[Thanks to 팬]
손연재는 올림픽을 통해 팬들에게 리듬체조를 알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메달도 없고, 성적도 없다'는 말 때문에 2년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난 그냥 내 일을 열심히 하고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나는 그냥 고등학생인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속상했어요"라며 가슴속 깊은 아픔을 털어놨다. "저를 리듬체조 선수로 보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을 것같아요. 우리나라 TV에서 리듬체조를 안해주고 접할 기회가 좀처럼 없으니까…." 당찬 실력으로 세간의 오해를 일축시켰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팬들이 저의 진짜 모습을 봐주신 것 같아요. 그게 가장 기쁘고 감사해요. '쟤가 리듬체조를 저렇게 하는 저런 애였구나'라고 봐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앞으로 격려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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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
손연재의 런던올림픽 꿈을 가장 가까이서 지지하고 이끌었던 옐레나 니표도바 러시아 코치는 손연재의 5위 직후 축하한다는 한국 취재진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는 한사코 거부했다. 지난해 임신과 출산으로 손연재를 가르치지 못했던 니표도바 코치는 올시즌 손연재의 첫 올림픽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밤 9~10시가 넘도록 체육관의 불을 밝히고 완벽한 연기를 위해 끈질기게 씨름했다. 니표도바 코치는 손연재의 첫 올림픽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네가 연습한 그 시간들을 생각해라, 뭐든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아기보다 저를 더 챙기신 것 같아요.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감사해요"라며 웃었다. 손연재는 귀국 후 러시아어와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했다. 니표도바 코치, 러시아 선수들과 의사소통은 문제없지만, 더 속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손연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Thanks to 송재형 원장님]
러시아 훈련센터에는 러시아 팀닥터가 있다. 그러나 동양의 먼나라에서 온 손연재에게까지 치료의 손길이 미치기는 힘들다. 끊임없이 달리고 돌고 구르고 수구를 받아내는 리듬체조 선수들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다리와 발은 언제나 시퍼런 멍투성이다. 손연재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믿고 의지하는 송재형 송피지컬트레이닝센터원장이 런던올림픽 파트너로 나섰다. 지난달 21일 영국 셰필드 훈련장에서 런던올림픽 결선 무대까지 수시로 손연재의 발목, 골반, 무릎 등을 치료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냈다. 밸런스가 중요한 운동인 만큼 몸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코어트레이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손연재는 "치료는 정말 중요하다. 선생님의 치료를 받으며 운동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지난 4일 송 원장의 생일, 손연재는 직접 준비한 카드와 컵케이크를 건넸다.
[Thanks to 조수경 박사님]
광저우아시안게임 직전부터 조수경 박사는 손연재의 심리치료를 전담했다. 나홀로 외국생활을 하며 이래저래 상처받고 외로운 마음을 늘 따뜻하게 위로했다. 손연재는 예선 곤봉 실수 이후 리본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강인한 정신력을 입증했다. 조 박사에게 배운 마인드컨트롤은 손연재를 한층 성숙한 선수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런던올림픽의 목표는 메달을 따고, 몇 등을 하는 게 아니라 행복한 리듬체조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 덕분에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결선 무대를 앞두고 "욕심 부리지 말라"는 말씀도 도움이 됐다. 그냥 2년간 내가 해온 대로 쏟아내자고만 생각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조박사님에게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Thanks to 친구들]
세상이 손연재의 예쁜 겉모습에 열광할 때, 자신의 중심을 봐주는 소중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친구들을 떠올리는 손연재의 표정은 즐거웠다. 손연재는 "친구들은 나를 그냥 나로 봐주니까요. 진심으로 대해주고, 정말 편하고 좋아요. 힘들 때 친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라며 웃었다. "친구들은 제 CF 보면 웃기대요. 예쁜 척하지 말라고 놀려요." 서울 광장중 3학년 시절 친구들이다. "리나, 진, 다연, 아름이… 저의 모든것을 아는 친구들이에요. 한국 가서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하고 싶은 것을 묻자 손연재는 주저했다. "어떻게 놀아야 할지, 뭘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놀아본 지가 너무 오래 됐다. 노는 법을 잊어버렸다. 2년 내내 올림픽 무대 하나만 바라보며 러시아 훈련센터에서 후프-볼-곤봉-리본 프로그램만 수천번 수만번 돌고 또 돌았다. 훈련장에서만 살아서 러시아 날씨가 추운지 더운지도 모른다. 공연,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 맞아요"한다. 노는 법을 잊어버린 손연재가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녀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틀림없이.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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