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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런던 웸블리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예선 첫날, 손연재가 후프와 볼 종목에서 두 종목 합산 55.900점(후프 28.075점, 볼 27.825점)으로 전체 24명 중 4위를 기록했다. 완벽한 연기를 마치고 돌아온 손연재가 생긋 미소를 짓자 러시아 코치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손연재의 머리에 입맞춤했다.
식이요법에 있어서도 엄격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옐레나 코치는 "절대 살이 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듬체조에서 비주얼은 중요하다. 1m70대의 쭉쭉빵빵 미녀들이 즐비한 리듬체조계에서 1m66의 손연재는 더 갸냘프고 깜찍한 이미지로 어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살이 찌면 점프를 가볍게 뛰기 어렵고 부상 위험도 상존한다. 매 식사때마다 손연재가 무엇을 먹는지 꼼꼼하게 검사한다. 샐러드, 요구르트, 시리얼 밖에 없는 삭막한 식탁에서 속이 상해 돌아선 적이 있을 정도로 혹독한 관리를 받았지만, 그래도 손연재는 옐레나 코치의 진심을 안다..
포디움 밖에서의 옐레나 코치는 엄마처럼 따뜻하다. 월드컵 시리즈 대회가 끝난 후면 발레, 뮤지컬 등 공연을 보여주며 지친 연재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손연재의 러시아어 실력은 옐레나 코치와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을 만큼 늘었다.
옐레나 코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지도자로 등록됐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체조협회가 옐레나 코치에게 한국 코치 AD카드를 발급했다. 예선 첫날 손연재 옆에 앉았고, 예선 둘째날 김지희 한국대표팀 코치와 함께 앉았다. 옐레나 코치는 '애제자' 손연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지난 2년간, 하루 8시간 지옥훈련의 결과를 보여줄 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선 제자의 선전을 응원하고 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상위 10명이 진출하는 결선행 가능성에 파란불을 켰다. 10일 펼쳐지는 예선 둘째날 곤봉 리본에서 큰 실수 없이 자신의 연기를 펼친다면 꿈의 결선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첫 종목 후프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맞춰 우아한 루틴을 이어갔다. 후프는 손연재가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선보인 후프 루틴은 지난해 몽펠리에세계선수권 당시 프로그램에 난도와 예술성을 가미해 업그레이드 한 것이라 숙련도도 가장 높다. 침착하고 우아한 연기로 28.075점의 고득점을 받아냈다. 난도 점수(D) 9.500점, 예술점수(A) 9.350점, 실시점수(E) 9.225점 등 고른 점수를 받았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러시아, 28.100점)와 불과 0.025점밖에 차이나지 않는 고득점이었다. 카나예바는 후프를 놓치는 아까운 실수로 '신성' 다리아 드미트리예바(러시아, 28.800점)에 이어 이 종목 2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후프 종목에서 한자릿수 랭킹 진입의 경쟁자인 실비아 미테바, 알리아 가라예바, 알리나 막시멘코 등 유럽 선수들을 줄줄이 압도했다.
볼 프로그램에선 찰리채플린의 '라임라이트' 중 '내마음의 멜로디'에 맞춰 무난한 연기를 펼쳤지만 마지막 '캐치' 동작에서의 실수가 아쉬웠다. 등뒤로 공을 받아내는 동작에서 공이 뒤로 흘렀다. 직전 벨라루스 민스크월드컵과 같은 동작에서의 실수가 반복됐다. 결선에 진출할 경우 반드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아찔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감점은 적었다. 심판들이 '28점대 에이스' 손연재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있었다. 27.825점의 안정적인 점수를 받았다.
두종목 합산 55.900점으로 1위 드미트리예바(57.800점), 2위 카나예바(57.625점), 3위 리우부 차카시나(벨라루스, 56.450점)에 이어 중간합계 4위에 올랐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 당시 11위였던 '동양의 요정' 손연재의 반란이다.
9일 후프 볼 예선에 이어 10일 곤봉 리본 예선이 펼쳐진다. 올림픽은 월드컵 시리즈 대회나 세계선수권과 달리 종목별 메달이 없다. 개인전 단체전 단 2개의 메달만이 존재한다. 4종목을 합산한 개인종합 점수에서 전체 10위 안에 들어야 결선행이 가능하다. 손연재의 1차 목표는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 2차 목표는 한자릿수 랭킹이다. 일단 첫 단추는 예쁘게 잘 꿰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