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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24)이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 밑거름이 된 것은 '일본 배구'다. 김연경은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 일본 JT 마블러스에서 활약했다. 철저하게 분업화되고 기본기를 중시하는 일본 배구는 김연경에게 '충격'이었다. 리시브부터 토스까지 일본에서 다시 배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일본 배구 덕분이다.
김연경은 "예선전 때 이기고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가 생겼다. 이젠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일본 공략법은 역시 현미경 분석이다. 김연경은 "워낙 서로 많이 경기를 해서 공략보다는 영상을 많이 보고 경기를 치르는 편이다.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블로킹이 우리보다 높고 좋아 상대 공격을 잘 차단시켜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의 활약은 11일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최대 변수다. 김연경은 지난 터키와의 조별예선 이후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다. 수술한 무릎은 매일 시큰거린다. 김연경도 동메달에 대한 의지 하나로 버티고 있다.
눈물도 감췄다. 미국전에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김연경은 "눈물이 나지만 일본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따낸 뒤 울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우'같은 전략으로 세계 상위팀들을 꺾었던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1)도 김연경의 활용 방안이 일본전 승리의 열쇠라고 했다. 김 감독은 "연경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메달이 보인다. 비장의 카드가 김연경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너무 연경이에게 집중되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기무라 사오리 등 수준급 공격수들의 공격을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강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고 끈질긴 수비가 형성돼야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에 0대3으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36년간 기다린 '복수혈전'은 마련됐다. 김연경을 앞세워 메달을 딸 일만 남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