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런던]日만 만나면 피가 끓는 김연경, 동메달 획득의 열쇠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8-10 18:16


김연경.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24)이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 밑거름이 된 것은 '일본 배구'다. 김연경은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 일본 JT 마블러스에서 활약했다. 철저하게 분업화되고 기본기를 중시하는 일본 배구는 김연경에게 '충격'이었다. 리시브부터 토스까지 일본에서 다시 배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일본 배구 덕분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고마운 일본만 만나면 피가 끓었다. 2005년 프로가 된 뒤 일본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3대0으로 완승한 이후 일본에 22연패를 당했다. 김연경 뿐만 아니라 한국 선수들에게 '일본 콤플렉스'가 생길 정도였다.

김연경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더 이상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연경은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기량을 더 향상시켰다.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됐다. 지긋지긋한 일본전 연패 징크스를 깨는 중심에 섰다. 5월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 4차전에서 일본을 3대1로 꺾었다. 당시 김연경은 34득점을 폭발시켰다. 코트를 종횡무진 휘저었다. '일본 킬러'는 김연경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김연경은 "예선전 때 이기고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가 생겼다. 이젠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일본 공략법은 역시 현미경 분석이다. 김연경은 "워낙 서로 많이 경기를 해서 공략보다는 영상을 많이 보고 경기를 치르는 편이다.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블로킹이 우리보다 높고 좋아 상대 공격을 잘 차단시켜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김연경의 플레이는 일본에서도 이미 분석이 끝났다. 10일 미국과의 런던올림픽 8강전(0대3 패)에서 드러났다. 미국 선수들의 블로킹은 김연경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미국을 상대로 홀로 20득점을 기록했다. 올림픽에서 득점왕이란 상은 없지만, 김연경은 이미 득점왕 등극이 유력하다. '라이벌' 데스티니 후커(미국·147득점)와의 격차는 38점이다. 김연경은 "개인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메달을 따려고 런던에 왔고 지금도 메달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김연경의 활약은 11일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최대 변수다. 김연경은 지난 터키와의 조별예선 이후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다. 수술한 무릎은 매일 시큰거린다. 김연경도 동메달에 대한 의지 하나로 버티고 있다.

눈물도 감췄다. 미국전에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김연경은 "눈물이 나지만 일본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따낸 뒤 울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우'같은 전략으로 세계 상위팀들을 꺾었던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1)도 김연경의 활용 방안이 일본전 승리의 열쇠라고 했다. 김 감독은 "연경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메달이 보인다. 비장의 카드가 김연경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너무 연경이에게 집중되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기무라 사오리 등 수준급 공격수들의 공격을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강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고 끈질긴 수비가 형성돼야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에 0대3으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36년간 기다린 '복수혈전'은 마련됐다. 김연경을 앞세워 메달을 딸 일만 남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