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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의 올림픽이 시작된다. 9일(한국시각) 런던 웸블리아레나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전에서 첫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날을 위해 지난 8개월간 러시아에서 나홀로 하루 8시간씩 외롭고 힘겨운 훈련을 굳세게 버텨냈다. 1m66의 키에 45㎏을 유지하기 위해 샐러드와 시리얼, 요구르트로 연명하며 극한의 다이어트와 체력훈련을 병행해왔다. 런던올림픽 마지막을 장식할 그녀의 연기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손연재는 사인을 할 때 언제나 이름 옆에 'RG'라고 적는다. 'Rhythmic Gymnastics(리듬체조)'의 준말이다. 자신을 통해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올라가기 원하는 소망을 담았다. 손연재의 리듬체조, 기왕이면 알고 보자.
리듬체조는 후프-볼-곤봉-리본의 4종목으로 이뤄진다. 던지기, 받기, 밸런스, 점프, 피루엣(발레에서 한쪽 발로 서서 빠르게 도는 것) 등이 기본 동작이다. 점수는 난도(D, difficulty)+예술(A, artistry)+실시(E, execution)의 합산 점수로 매겨진다. 각 종목별 30점 만점, 1분30초씩 연기한다. 28점대는 에이스의 점수다. 26점대는 괜찮은 점수, 24점대는 하위권에 분류되는 점수다. 올림픽의 경우 종목별 메달이 없다. 개인전, 단체전 메달 2개가 걸려 있다. 손연재가 출전하는 개인전의 경우 4종목 점수를 합산해 랭킹을 매긴다.
예선전은 각 이틀에 걸쳐 펼쳐진다. 첫날인 9일 후프, 볼, 둘째날인 10일 곤봉, 리본 경연이 예정돼 있다. 올림픽에 출전한 24명의 각국 대표선수 가운데 10위 내에 들어야 11~12일 꿈의 결선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몽펠리에세계선수권 개인종합 15위까지 런던 직행티켓을 손에 넣었다. 손연재는 11위를 기록했었다. 각국 올림픽위원회별로 1명씩의 선수들이 출전하지만 세계 최강 러시아의 경우 2명이 출전한다. 2명으로 제한하지 않고 랭킹만으로 결정할 경우 러시아 선수 8~9명이 출전가능할 정도로 리듬체조계의 러시아세는 절대적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와 '신예' 알렉산드라 메르쿨로바가 출전한다. 매 경기 30점 만점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는 카나예바의 올림픽 2연패가 유력하다. 카나예바는 세계선수권에서 11개의 금메달, 유럽선수권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따낸 리듬체조계의 '넘사벽'이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그녀의 아름다운 연기를 감상할 기회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행에 도전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신수지가 기록한 세계 12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결선에 진입하면 '제로'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한다. 무결점 연기로 한자릿수 랭킹을 목표로 있다. 손연재는 동양의 깜찍한 선수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로 급부상했다. 후프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볼은 찰리 채플린의 '라임라이트' 중 '내마음의 멜로디(Les melodies de mon coeur)', 곤봉은 블랙머신의 '2008 더 앨범-재즈 머신'과 '색소폰 인 러브-온리 유(Sax in Love-Only you)' 리본은 푸치니 '마담 버터플라이'를 선택했다. 후프와 볼 종목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해오던 프로그램을 난도와 예술성을 높여 일부 수정했고, 곤봉과 리본은 올해 초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전종목 28점대를 달성했다. 직전 벨라루스 민스크월드컵 예선에서도 실수없는 클린연기로 후프와 리본에서 28점대 점수를 받았다. 100% 연기를 할 경우 28점대, 실수할 경우 27점대다. 일단 '28점대 에이스'로 인식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에이스들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문제는 실수다. 0.1~0.2점 사이에 촘촘히 포진한 선수들의 실력은 한끗차다. 실수가 순위를 결정한다. 자신의 연기만 충분히 해낸다면 한자릿수 랭킹 진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최근 성적으로 보면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안나 알랴바예바(카자흐스탄)와 은메달리스트인 율리아 트로피모바(우즈벡)보다 손연재가 우위다. 알리야 가라예바(아제르바이젠), 리우부 차카시나(벨라루스) 네타 리브킨(이스라엘) 실비아 미테바(불가리아)가 3~6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