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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레슬링은 한국의 전통적인 메달밭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후 대회마다 한 개 이상의 금메달을 수확했던 한국의 효자 종목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추락의 시작이었다. 32년만에 '노골드' 수모를 당하더니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며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그래서 2012년 런던올림픽의 키워드는 '명예회복'이었다. 방대두 레슬링대표팀 감독은 "두 번 실패는 없다. 하면 된다는 확신으로 사선을 넘는 훈련을 해왔다. 런던에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현우는 최근 떠오른 신예로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급성장한 한국 레슬링의 기대주다. 특히 지난해 12월 런던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만큼 실력도 세계 정상급이었다. 정지현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슬링관계자들은 "메달 기대주"라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예상은 적중했다. 16강부터 4강까지 화끈한 공격으로 순항했다. 4강은 1차 고비였다. 프랑스의 스티브 귀낫을 맞아 옆굴리기를 허용하며 1세트를 내줬지만 2,3세트에서 빠른 스피드와 기술을 앞세워 역전승을 거뒀다. 그사이 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 이란의 사에이드 모라드가 8강에서 탈락하는 호재도 생겼다.
결승 상대는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였다. 결승전은 힘에서 우위를 보인 김현우의 독무대였다. 1세트 파테르에서 수비에 성공한 그는 1포인트를 기록하며 1세트를 따냈다. 김현우는 2세트 파테르에서 공격 포지션에 섰다. 힘에서 앞선 김현우는 공격에 성공, 2점을 따내며 2세트마저 승리로 장식했다.
김현우는 태극기를 들고 매트위를 돌았다. 금메달 세리머니였다. 이어 방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한국 레슬링에 8년간 침묵했던 금맥이 다시 터진 순간이었다. 김현우는 66㎏이하급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방 감독의 말대로 2012년은 옛 명성 회복의 원년이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3개를 따냈던 한국 레슬링의 화려한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