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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도마의 신'양학선 '이제는 날아오를 시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5 21:07


런던올림픽 개막을 8일 앞둔 19일 오후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이 런던 노스그리니치의 연습장에서 도마 훈련을 하고 있다.
20120719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학선아, 너는 그 앞에만 서면 마음이 제일 좋다 하지 안했냐."

양학선(20·한체대)의 아버지는 런던행 장도에 오르는 아들을 위한 응원 동영상에서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었다. '도마의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는 구름판에만 서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빛의 속도로 달려 사뿐히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높이에 대한 두려움도, 착지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그저 "재밌다"고 했다. '강심장 소년'이 6일 드디어 이륙을 준비한다. 4년간의 피땀어린 노력이 불과 5초면 끝난다. 화끈하고 짜릿한 '양학선 타임'이다.

난도 7.4, 자신과의 싸움

양학선은 한국체조의 숙원인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가슴에 품고 달린다. 박종훈(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 유옥렬(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여홍철(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 등 이 종목의 걸출한 선배들도 차마 이루지 못한 꿈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1년 도쿄세계선수권 금메달로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꿈의 런던올림픽 포디움에 선다.

세계에서 유일한 원천 기술, 난도 7.4의 '양1'으로 무장했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에 'YANGHAKSEON(양학선)'이라는 이름으로 공식등재됐다. 여홍철의 '여2(양 손으로 뜀틀을 짚고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고서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두 바퀴 반을 비틀어 착지하는 고난도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공중에서 세바퀴, 1080도를 비틀어 내린다. 그 5초를 위해 5만번 이상의 도움닫기를 했다. 돌아내리는 찰나에도 자신의 회전수를 셀 경지에 이르렀다. 난도 7.4의 기술은 양학선이 유일하다. 경쟁자들이 7.0~7.2의 난도를 들고 나온다. 7.4를 완벽하게 구사할 경우 적수가 없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훈련한 대로 공중 세바퀴 후 완벽하게 꽂아내리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다. 그를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는 이유다.

괜찮다, 부담감을 떨쳐라

양학선은 어지간한 일에 떨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고, 관심을 즐길 줄 아는 신세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에도 포디움 리허설 중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배짱을 보여줬었다. 비인기 종목 체조를 향한 미디어의 관심에도 내심 신명이 났었다. 그랬던 그가 런던 입성후 악몽에 시달렸다. 핫핑크색 포디움 적응에 애를 먹었다. "금메달을 놓치고 동료들과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는 꿈을 꿨다"고 했다. 체조계 안팎의 기대가 커지면서 나도 모르게 부담감이 커졌다.

7월초 태릉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최고의 감각으로 '양1'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양학선이 말하는 체조는 '감'이다. 최근 들어 흔들렸던 '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결국 당일 컨디션이 메달의 색깔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준비과정은 완벽했다. 런던올림픽 1차 시기에서 난도 7.4의 '양 1' 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2차 시기에서 고등학교 때 이미 마스터한 '스카라 트리플(손짚고 옆돌아 몸을 펴고 세 바퀴 비틀기, 난도 7.0)'로 안정적인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꽂아내는 일'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착지를 꽂아내는 순간 메달 색깔은 정해진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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