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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男핸드볼, 2009년 '크로아티아의 기적'을 떠올려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8-03 02:36 | 최종수정 2012-08-03 09:14


◇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코퍼박스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핸드볼 예선 B조 2차전에서 한국 선수단이 헝가리에 19대22로 패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가시밭길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흐름이 빠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4년 만의 메달권 진입을 노렸던 남자 핸드볼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크로아티아와 헝가리, 스페인에 연패하면서 예선 B조 최하위로 말려났다. 12개 팀이 6개팀씩 두 개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핸드볼 예선은 각 조 1~4팀이 8강에 진출하게 된다. 현재 B조에서 무승에 그치고 있는 팀은 한국과 세르비아다. 8강 마지노선인 4위에 걸쳐 있는 헝가리(승점 2)를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3패를 했더라도 2승을 하면 가능성은 있다. 남은 세르비아, 덴마크전에서 승리하면 8강행을 이뤄낼 수도 있다. 물론 남은 두 상대도 만만치 않다. 세르비아는 국제핸드볼연맹(IHF) 랭킹 5위, 덴마크는 4위다. 19위 한국에 비해 한 수 위의 상대다.

위기 때 발휘했던 '투혼'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2009년 크로아티아에서 열렸던 남자 세계선수권이 좋은 예다. 전원 국내파로 선수단을 꾸렸던 한국은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 속에 예선에 나섰다. 예상대로 1~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스웨덴에 연패하면서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쿠바와 쿠웨이트를 연파하면서 분위기를 살렸지만, 마지막 관문에 버티고 있던 상대는 강호 스페인이었다. 모두가 한국의 패배를 점쳤다. 그러나 한국은 예상을 비웃듯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2001년 이후 8년 만에 세계선수권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선수단 전원이 코트로 뛰어나와 스크럼을 짠 채 환호했다. 기적의 순간에는 현재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석재 감독도 함께 하고 있었다.

세르비아와 덴마크 두 팀 모두 2009년 마지막 관문을 지키고 있던 스페인과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팀 특유의 장신과 힘을 앞세운 플레이를 펼친다. 그러나 속공과 측면돌파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상대 중거리슛을 잘 막아내면서 미들속공으로 활로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장기인 피봇 플레이는 윙과 센터백에게 활로를 만들어 주는 위장전술로 활용할 만하다.

공격 자원은 충분하다. 스피드와 슈팅력이 좋은 센터백 정의경(27)과 경험많은 베테랑 레프트백 이재우(33·이상 두산), 순간 돌파에서 장점을 보여주고 있는 엄효원(26·상무)을 잘 활용해야 한다. 피봇 박중규(29·두산)의 역할도 중요하다. '월드스타' 윤경신(39)과 백전노장 백원철(35·웰컴론코로사)의 경험은 유럽팀을 상대하는 한국에 소중한 자산이다. 충분히 승부를 걸어 볼 만한 라인업이다.

'아시아 최강팀'의 자존심은 런던에 도착하는 순간 내려 놓았다. 도전자의 자세로 나선 런던올림픽이다.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는 한국 특유의 끈질긴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생순 기적'을 만들어 낸 여자 핸드볼의 투혼은 남자 핸드볼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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