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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일(한국시각) 여자복식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선수들간 경기에서 '져주기 파문'이 일자 4개조 전원을 8강에서 실격시켰다.
배드민턴 국제대회 역사는 물론 올림픽에서 불성실한 경기태도를 이유로 무더기 실격된 것은 처음일 것 이라는 게 배드민턴협회의 설명이다.
한국은 중국처럼 노골적으로 '져주기' 게임을 주도한 게 아니라 항의표시로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불렀다고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참작은 없었고, 한국의 이의신청도 용납되지 않았다. BWF가 예상밖의 초강경 징계 카드를 빼든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만한 중국을 겨냥한 경종과 올림픽 정식종목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 그 2가지 이유다. 2010년까지 10년간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중수 전 감독은 "BWF가 그동안 중국을 벼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경종을 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 배드민턴계에서는 중국의 짜맞추기 플레이에 대해 불만이 팽배했다. 매년 30여차례 벌어지는 각종 오픈대회를 치르다보면 중국이 같은 중국팀과 만났을 때 일부러 기권하거나 특정선수의 성적을 몰아주기 위해 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김 전 감독의 목격담이다. 김 전 감독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있다.
불가리아 배드민턴 대표 페트야 네델체바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델체바의 팀 동료 알레시아 자이차베도 "중국은 작년에도 20여차례나 자국 선수들끼리의 경기를 피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각종 국제대회마다 전종목 싹쓸이를 노릴 정도로 배드민턴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런 중국이 져주기 경기를 밥먹듯이 하며 실적을 챙겨왔으니 다른 회원국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의 최강국으로 부상하기 전 배드민턴 강호였던 유럽국가들의 견제심리는 더욱 심했다. 때마침 런던올림픽의 개최대륙이 유럽이다. BWF 내부에서 '공공의 적'이 된 중국이 오픈대회에서 저질러왔던 횡포를 감히 올림픽에서까지 감행하자 "잘 걸렸다. 이참에 강력하게 경종을 울리자"는 의견이 대세가 됐을 것이라는 게 김 전 감독의 설명이다.
결국 한국은 '시범케이스'로 걸린 중국에 엮여 '도매급'으로 철퇴를 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를 염두에 둔 포석도 작용했다는 게 배드민턴계의 분석이다. 배드민턴은 1988년 서울올림픽때 시범종목으로 도입된 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번에 6번째 올림픽을 치르고 있으니 정식종목 가운데 새까만 후배나 다름없다.
이번 '져주기 파문'으로 인해 배드민턴이라는 종목이 조작이 용이하고 비신사적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식종목 심사 대상에 오를 우려가 크다. 특히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최근 승부조작 근절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 성공적인 정착을 바라보고 있는 마당에 IOC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은 BWF로서는 강력한 자정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실추된 이미지에서 신속히 탈출할 필요가 있었다.
BWF는 그동안 각종 오픈대회에서 중국의 '져주기'를 여러차례 목격하면서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180도 다른 대응자세로 조기진화에 나섰다.
전세계인과 IOC, 보는 눈이 많았고 배드민턴에 대한 부정 여론 확산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