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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송대남-김지연-김장미 '미안하다!몰라봐서'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2 15:49


김지연(24, 익산시청)이 한국 여자 최초로 펜싱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지연이 1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 베리가야 선수를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20120801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

1일 밤부터 2일 새벽(한국시각) 금메달 3개가 와르르 쏟아졌다. 런던올림픽 예상 금메달리스트 명단 어디에도 이들의 이름은 없었다. 하나같이 낯선 이름이었다. 송대남은 스타 후배 김재범 왕기춘의 화려한 그늘에 가렸다. 서른두살의 나이에 올림픽 첫 출전이다. 김지연은 '걸출한 선배' 남현희에게 가렸다. 월드컵대회 3위가 최고성적인 국가대표 2년차다. 스무살 김장미는 여자 사격의 기대주로 꼽혀왔지만, '설마' 했었다. 비밀병기들의 대반란이다. 잇단 오심, 배드민턴 여자복식 전원 실격 등 우울한 올림픽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미안하다. 못알아봐서.'


송대남(33, 남양주시청)이 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90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딴 후 환호하고 있다.
20120801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
믿는 도끼의 부진 속 '비밀병기'의 약진

런던올림픽 초반 '믿는 도끼'들이 의외로 부진하면서 '10-10(금메달 10개-세계 10위) 목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박태환이 '실격 해프닝' 등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남현희, 구본길 등 남녀 펜싱 금메달 후보들 역시 안타깝게 중도하차했다. 남자유도 왕기춘, 남자역도 사재혁 역시 부상에 울었다. '금메달 10개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이들이 나타났다. 남자유도90㎏ 송대남에겐 첫번째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처음이라 절실했고, 마지막이라 절박했다. 81㎏ 선수였던 그에게 같은 체급 후배 김재범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체급을 90㎏으로 올렸다. 무릎 부상, 체급 변경, 나이 등 모든 한계에 태클을 걸었다. 안뒤축걸기 절반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은 여자펜싱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일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현희의 은메달이 유일했다. 김지연은 2010~2011시즌 모스크바 월드컵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 시리즈 대회에서 단골 3위을 기록했다. 터키 안탈랴 월드컵에서의 2위가 최고 성적이다. '아테네-베이징 디펜딩챔피언'인 세계 최강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준결승에서 꺾으며 이미 금메달을 예약했다. 김지연은 2004년 여자사브르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이래 자구니스에 이어 이 종목 정상에 선 역대 2번째 챔피언이다. 신아람 오심 사건으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사격 25m권총에서 우승한 김장미가 1일(현지시간) 오후 왕립포병대 사격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두팔을 불끈 들어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20120801. 런던=올림픽사진기자단e
1992년생 김장미는 깜찍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25m 권총에서 여갑순이 금메달을 딴 이후 20년만에 역사가 재현됐다. 김장미는 지난 4월 프레올림픽에서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기대를 모았었다. 금메달 세리머니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쥔 '깜찍 포즈'로 끼를 드러냈다.

부담 없는 첫 도전에서 쾌거, 10-10 파란불

깜짝 금메달리스트 3인 모두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이다. 동료들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멀리서 말없이 지켜봤다. 묵묵히 땀흘렸다. 타고난 강심장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부담감 없이 첫 도전을 즐겼다. 착실한 노력으로, 확실한 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들의 활약 속에 대한민국 10-10 전선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믿었던 금메달 3개(사격 진종오, 여자양궁 단체전, 남자유도 김재범 )에 '깜짝 금메달' 3개가 더해졌다. 체조의 양학선, 복싱의 신종훈, 남녀 양궁 개인전, 태권도의 차동민 이대훈 황경선 이인종까지 메달 후보들의 경기가 아직 한참 남아있다. 메달 레이스에 여유가 생겼다. 깜짝 스타의 가세는 대한민국 전체 선수단의 사기 진작에도 힘이 됐다. 예기치 않은 오심에, 부끄러운 실격에 고개 숙였던 대한민국, 기분좋은 반전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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