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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부터 2일 새벽(한국시각) 금메달 3개가 와르르 쏟아졌다. 런던올림픽 예상 금메달리스트 명단 어디에도 이들의 이름은 없었다. 하나같이 낯선 이름이었다. 송대남은 스타 후배 김재범 왕기춘의 화려한 그늘에 가렸다. 서른두살의 나이에 올림픽 첫 출전이다. 김지연은 '걸출한 선배' 남현희에게 가렸다. 월드컵대회 3위가 최고성적인 국가대표 2년차다. 스무살 김장미는 여자 사격의 기대주로 꼽혀왔지만, '설마' 했었다. 비밀병기들의 대반란이다. 잇단 오심, 배드민턴 여자복식 전원 실격 등 우울한 올림픽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미안하다. 못알아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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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브르의 김지연은 여자펜싱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일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현희의 은메달이 유일했다. 김지연은 2010~2011시즌 모스크바 월드컵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 시리즈 대회에서 단골 3위을 기록했다. 터키 안탈랴 월드컵에서의 2위가 최고 성적이다. '아테네-베이징 디펜딩챔피언'인 세계 최강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준결승에서 꺾으며 이미 금메달을 예약했다. 김지연은 2004년 여자사브르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이래 자구니스에 이어 이 종목 정상에 선 역대 2번째 챔피언이다. 신아람 오심 사건으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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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금메달리스트 3인 모두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이다. 동료들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멀리서 말없이 지켜봤다. 묵묵히 땀흘렸다. 타고난 강심장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부담감 없이 첫 도전을 즐겼다. 착실한 노력으로, 확실한 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들의 활약 속에 대한민국 10-10 전선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믿었던 금메달 3개(사격 진종오, 여자양궁 단체전, 남자유도 김재범 )에 '깜짝 금메달' 3개가 더해졌다. 체조의 양학선, 복싱의 신종훈, 남녀 양궁 개인전, 태권도의 차동민 이대훈 황경선 이인종까지 메달 후보들의 경기가 아직 한참 남아있다. 메달 레이스에 여유가 생겼다. 깜짝 스타의 가세는 대한민국 전체 선수단의 사기 진작에도 힘이 됐다. 예기치 않은 오심에, 부끄러운 실격에 고개 숙였던 대한민국, 기분좋은 반전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