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투르 드 코리아2012'에서 만난 사람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4-26 11:31


'투르 드 코리아 2012' 경기장면. 사진제공=체육진흥공단

"투르 드 코리아의 매력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는 우리 인생같은데 있어요. 앞만 보고 달리고 그 중에 장애물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면서 협심하고. 그런게 매력이죠."

대한민국 최고의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 2012'에는 사전 테스트를 통과한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스페셜 부분이 있다. 스페셜 경주에는 국내외 동호인들로 구성된 21개팀 200여명이 참가했다. 일반인 참가 대회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도로 사이클 대회 중 각 기관과 지자체의 통제하에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거의 없다. '투르 드 차이나' 조직위원회가 벤치마킹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정도다. 참가자가 많다보니 사연도 다양하다. 사이클이 좋아 8일 동안 생업도 포기한채 모인 사람들이다. 사연은 다르지만 표정은 같았다. 전국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좋아하는 사이클을 원없이 타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


가족이 모두 함께한 김정숙씨 가족. 보성=박찬준 기자
김정숙씨(42·자이언트)는 든든한 동반자가 뒤에 있다. 남편 이태휘씨(40)와 아들 이성민군(8)이 함께 전국을 돌고 있다. 남편은 레이스를 같이 하고, 아들은 뒤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여자 일반인 부분이 처음 생긴 지난해 처음으로 투르 드 코리아의 맛을 본 김씨는 올해는 남편과 함께 자이언트팀으로 들어가 레이스를 준비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이다보니 낮 시간 이외에는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사전 테스트 통과 후에는 온 가족이 김씨 지원에 나섰다. 가족 동반 레이스 참여도 김씨 지원의 일환이다. 김씨는 "막상 함께 하면 굉장히 든든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사고 소식이 있으면 레이스 중에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 기분이 든다.그래도 같이 완주라는 목표를 함께 하고 있어서 기분은 뿌듯하다"며 웃었다. 김씨 가족에게 사이클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매개체'다. 그녀는 "대회는 중요치 않다. 완주가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족이 함께 모여 준비하고 대회치르고 하다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한국의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한 영국 여자 연합팀 선수들. 보성=박찬준 기자
파란 눈과 금발 머리의 영국 여자 연합팀 선수들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이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초청을 받아 '투르 드 코리아 2012'에 참여했다. 대회수준과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존 마일스 감독은 "유럽에선 경찰과 시 협조하에 펼쳐지는 이러한 규모의 대회가 없다. 경치나 지원면에서 내 인생 최고의 대회다"고 칭찬했다. 이들은 한국의 여성들에게 레이스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했다. 마일스 감독은 따끔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 도로가 더 넓고 많아질 필요가 있다. 유럽의 자전거 도로는 넓고 안전하다. 한국은 매우 좁고 한정된 지역에만 있더라. 저변 확대를 위해 시설 확충을 필수다. 여기에 동호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수준은 높지만 규칙에 대한 숙지가 되지 않아서 인지 마지막 피니시 수준에 위험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고 했다.

전 사이클 국가대표이자 코치 출신인 김동환씨(50·BMC)는 투르 드 코리아의 산증인이다. 현재 자전거샵을 운영하는 그는 투르 드 코리아라면 열길을 제치고 찾아온다. 1회 대회부터 지금까지 참석한 그 답게 초보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문제는 해마다 떨어지는 성적이다. 1, 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3회 대회에선 2등, 4회 대회에선 3등, 5회 대회에선 5등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6등 하는거 아니야"라고 걱정했지만, 밝게 웃는 그에게 성적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보성=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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