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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대한민국 체조의 르네상스라 할 만하다. 이미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기분 좋은 조짐이 감지됐다. 한국체조의 간판 김수면(마루)과 막내 양학선(도마)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스무살 양학선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1년 후인 2011년 10월 도쿄세계선수권에서 도마 종목 세계 1위를 꿰찼다. 공중에서 세바퀴(1080도)를 돌아내리는, 난도 7.4의 세상에 없던 신기술은 'YANGHAKSEON(양학선)'이라는 영문명으로 국제체조연맹 규정집에 공식 등재됐다. 리듬체조에선 '10대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급부상했다. 2011년 몽펠리에 리듬체조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로 런던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냈다. 올시즌 처음 나선 2월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선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최강 에브게니아 카나에바, 다리아 드미트리에바와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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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대한체조협회장을 맡았다. 주지하다시피 포스코 그룹과 대한체조협회의 인연은 뿌리깊다. 포스코는 1985년부터 비인기 스포츠 육성차원에서 대한체조협회의 회장사를 자임했다. 고 박태준 회장의 아마추어 스포츠를 향한 같한 열정이 시작점이 됐다. 1995년부터 포스코건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홍철, 이주형, 유옥렬 등 걸출한 선수들이 포스코의 관심과 후원 속에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정상의 기량을 뽐냈다.
올해로 협회장 3년차를 맞는 정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친화력으로 한국 체조의 르네상스를 활짝 열었다. 지난해 7월 '코리아컵 고양 국제체조대회'와 '국제체조연맹 남녀 기술위원회' 유치 및 개최는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총출동한 코리아컵 체조대회는 도쿄세계선수권과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체조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AGU(아시아 체조연맹) 집행위원회를 인천에서 개최하며 집행위원들에게 한국체조에 대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스포츠 외교력에서 다른 아마 종목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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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금메달은 대한민국 체조계의 오랜 숙원이다. 올림픽 금메달 도전사는 눈물겹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도마 종목에서 여홍철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착지 실수로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2000년 시드니에서 이주형이 은1(평행봉) 동1(철봉)을 획득했고, 2004년 아테네에선 김대은과 양태영이 개인종합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유원철이 은메달(평행봉)을 따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유옥렬 여홍철 이주형 김대은 양학선 등이 이미 세계 정상을 맛봤다.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도쿄세계선수권 우승자 양학선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27일 '체조인의 밤'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체조 금메달리스트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통큰 공약을 내걸었다. "한국은 유럽, 중국과 더불어 체조강국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비인기종목에 머물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체조의 숙원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거듭나자"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정 회장에 대해 물으면 체조인들은 어김없이 화끈하고 저돌적인 추진력 이면의 따뜻하고 자상한 인품을 언급한다. 결심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쾌남'이자, 주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훈남'이다. 하루 25시간도 모자라는 건설사 CEO의 바쁜 일정을 쪼개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에 반드시 참석한다. 지난 10월 도쿄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을 직접 방문해 격려금을 전달했다. 1월 말 '체조인의 밤' 행사에서도 선수들 한명 한명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름뿐인 회장이 아니다. 뜨거운 현장을 함께하는 열정의 CEO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과 친밀한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 회장은 런던올림픽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나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돌려 답했다. "협회장으로 재임해온 지난 3년 동안 한국체조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적극 지원해 왔다. 이제 런던올림픽이 4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선수들과 체조협회 관계자 모두 합심해 올림픽에서 최상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체조가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따뜻한 격려를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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