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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은, 유남규-김택수의 최다우승기록 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2-26 15:12



'탁구대표팀의 맏형' 오상은(34·KGC인삼공사)이 종합탁구선수권 6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오상은은 2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제65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 남자단식 결승에서 차세대 최고의 에이스이자 한솥밥 후배인 김민석(20·KGC인삼공사)을 풀세트 접전끝에 4대3(11-6, 9-11, 11-8, 11-13, 8-11, 12-10, 11-9)으로 꺾었다.

1999년, 2002년, 2005년, 2006년, 2009년에 이어 생애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12년 세월동안 '한우물' 정상권을 유지한 선수의 열정과 성과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여자단식에서 1969~1975년까지 이 대회를 7연패한 이에리사(용인대 교수)를 제외하고는 남자부에선 최다 우승 기록이다. 유남규(남자탁구대표팀 전임감독), 김택수(대우증권 총감독) 등 내로라하는 한국 탁구 레전드들의 5회 우승 기록을 뛰어넘었다. "존경하는 선배들의 대기록을 깨게 돼 기분이 좋으면서도, 죄송스럽다"며 미소지었다.

오상은은 이번 대회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나왔다. 직전 대회인 MBC탁구최강전에서 강동훈(국군체육부대)에게 0-11로 한세트를 내주는 등 수모를 겪었다. 전국체전 이후 잇단 국내외 강행군과 유럽리그 계약건 등 이런저런 악재가 터지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플레잉코치이자 팀 최고참인 오상은의 부진으로 인해 인삼공사는 최강 전력을 확보하고도 4위에 그쳤다. 이변이었다. 서상길 인삼공사 총감독은 대회 직후 오상은을 불러세웠다. "상은이가 선수생활 하면서 그렇게 혼난 적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결승전에 나선 오상은은 비장했다. 6회 우승 기록을 염두에 두고 각오를 다졌다. 한솥밥 후배이자 실업 2년차인 김민석과 결승전에서 진검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정상은(삼성생명)에게 풀세트 접전끝에 우승을 내준 김민석 역시 선배를 넘고 싶었다. 올해 5월 KRA컵 SBS최강전에서 실업 첫 우승을 거머쥔 이후 6월 전국남녀종별선수권, 8월 대통령기 전국시도대항 탁구대회서 3차례 우승한 김민석 역시 유종의 미를 꿈꿨다. 일진일퇴의 다이내믹한 명승부가 이어졌다. 풀세트 접전 끝에 마지막 7세트에서 희비가 갈렸다. 김민석은 4-7 스코어를 7-7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이후 서브 범실이 이어지며 결국 11-9로 무릎을 꿇었다. 오상은의 6회 우승의 대기록이 완성됐다. '탁구천재' 김민석은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오상은은 우승 직후 후배 김민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안함을 표했다. 인터뷰에서도 김민석을 살뜰히 챙겼다. "늘 결승전에서 같은 팀 후배랑 붙는 건 달갑지 않다. 팀에서 함께 붙으면 내가 늘 진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서 감독은 "결국 경험치에서 승부가 갈렸다. 민석이가 마지막 고비에서 서둘렀다.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은-김민석의 시너지 효과에도 만족감을 표했다. "김민석에게는 빠른 공을 가진 오상은 같은 선배가 있다는 것, 오상은에게는 김민석같은 후배가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큰 힘"이라고 했다.

오상은은 내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어김없이 런던올림픽의 꿈을 밝혔다. "베이징에선 동메달을 땄다. 주세혁 선수도 그렇고 모두들 컨디션이 좋다. 이번에는 메달색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제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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