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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상 총체적 부실, 마라톤 사고까지 터졌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0-16 15:00


한국육상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최근 대표적인 스프린터 임희남(광주광역시청)이 국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금지약물 검사에서 비정상적인 결과를 통보받았다. 지난달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참패 이후 이어진 비보였다.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16일 경북 경주 시내코스를 달린 2011년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국내선수 부문 선두를 달리던 4명이 코스를 이탈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바람에 정상적으로 달렸다면 우승했을 선수가 4등이 돼 한해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달린 선수들과 소속팀은 대회 진행에 문제가 있었다며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회 운영을 맡았던 대한육상경기연맹 측은 선수들의 실수였고 경기 진행요원이 그 주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육상연맹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조사 중에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터지면서 한국육상은 망신살이 뻗쳤다.

사고 당사자는 40km지점까지 선두를 달렸던 오서진(국민체육진흥공단), 2위 김지훈(고양시청)과 3위 고준석(건국대), 4위 조세오(음성군청)였다. 오서진이 41km 지점(황성대교)에서 정식 코스를 이탈했다. 우회전을 해 피니시라인이 있는 경주시민운동장쪽으로 달리지 않고 직전해 버렸다. 그러자 뒤따라 달리던 3명도 함께 따라갔다. 오서진과 김지훈은 한참을 달린 후 코스 이탈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 다시 정식 코스를 달려 골인했다. 오서진은 4위에 그쳤다. 이미 김재강(음성군청)이 2시간25분20초의 기록으로 국내 부문 1위를 한 뒤였다. 고준석과 조세오는 다른 코스를 달려 골인, 실격 처리됐다. 코스 이탈 사고는 98년 경주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과 대회 주최 측은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순서 대로 순위를 발표했다. 피해를 본 선수들은 "1년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서진의 우승을 기대했던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선수들에 따르면 진행요원이 없었고, 표지판도 넘어져 있었다"고 했다. 오재도 심판위원장은 "진행요원이 없지는 않았다. 직진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빨간색 플라스틱 콘을 누가 치웠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직전하지 못하게 콘이 놓여 있었어야 하지만 오서진 등이 달릴 때는 없었다.

육상연맹은 최근 연이은 불상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한국육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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