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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세계선수권 출전을 고심하고 있는 이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0-09 12:46 | 최종수정 2011-10-09 12:46


장미란. 스포츠조선DB

국내에는 적수가 없었다. '한국 여자역도의 간판' 장미란(29·고양시청)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92회 전국체전 역도 여자 일반부 최중량급(77kg 이상)에서 합계 275kg(인상 125kg, 용상 150kg)으로 9년 연속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동안 전국체전에서 받은 금메달 수만 총 35개.

장미란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록(인상 140kg, 용상 187kg, 합계 326kg)과는 큰 차이를 보였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무리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이 회복됐다. 내년 런던으로 가는 과정에 있어서 한치의 실수 없이 준비를 잘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세계선수권도 중요하지만 런던올림픽 역시 중요하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이어 연맹 관계자도 "장미란이 현재 참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과 상의해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덧붙여 세계선수권 출전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장미란에게 세계선수권은 세계에 이름을 알린 무대다. 애정이 많다. 지난해 터키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와 멍수핑(중국) 등 신예들에게 밀려 동메달을 따내기 전까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대회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는 2년만에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려왔다. 대한역도연맹은 지난 7월 장미란과 사재혁(26·강원도청) 등 세계선수권 출전명단 10명을 발표하면서 장미란의 파리행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장미란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고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골반 부상과 체중감량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존심이 무너질 수 있다. 내년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를 고심하고 있는 만큼 올림픽에 전력을 쏟아 붙겠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미란을 불참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은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올림픽을 앞둔 두 해의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이 중요하다. 국제역도연맹(IWF)은 개별 선수의 순위에 따라 소속 국가에 차등을 줘 점 점수를 주고 이를 합산, 등급을 매겨 국가별 올림픽 출전 쿼터를 결정한다. 최상위 등급인 A급 출전국의 경우 남자부는 8체급에서 6장, 여자부는 7체급에서 4장까지 배당받을 수 있다. 때문에 세계 정상의 실력을 갖춘 장미란이 출전한다면 한국의 최다 쿼터 확보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후배들의 런던행을 도와주기 위해 세계선수권 출전을 쉽게 포기하지도 못하는 상황.

이와 관련해 김기웅 여자 역도대표팀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음주에는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나이도 서른을 바라보고 있고 런던올림픽을 위해 아프지 않게 체력을 기를 계획을 잡고 있다. 모든 초점이 올림픽에 맞춰진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몸이 안좋으니 주변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안 뛰는게 좋지않느냐고 하는데 출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안 간다고 생각은 안했었다. 다음 주에 회의를 거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장미란을 비롯한 10명의 선수들은 9일 태릉선수촌에 입촌, 세계선수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장미란으로서는 연맹과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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