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피스토리우스, 의족 교체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3:14


◇남아공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사진제공=피스토리우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자메이카)가 다리 장애가 있을 경우 차는 보통의 의족을 착용하고 대구시 동구 선수촌 인근 연습장에 나타났다. 등에는 큰 가방을 메고 있었다. 운동장 구석 잔디에 안았다. 빠른 손놀림으로 의족을 벗었고 가방에서 J자 모양의 '치타 플렉스 풋(1족의 무게 512g, 가격 약 2400만원)'을 꺼내 오른발, 왼발 순으로 착용했다. 18세 때 럭비에서 육상으로 전향했으니 올해로 7년째 이 교체 작업을 거의 매일 해왔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다리 바꿔기기는 식은죽 먹기 처럼 보였다.

피스토리우스는 다리 절단 장애우로는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20일 대구에 온 그는 24일 처음으로 야외에서 러닝훈련을 했다. 전날은 시차 적응 등을 고려해 실내에서 체력훈련만 했다. 피스토리우스를 보기 위해 30명 이상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고, 지나가던 선수들도 신기한 듯 힐끔 쳐다봤다.

피스토리우스는 첫 야외 훈련을 5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에서 마쳤다. 처음엔 코치도 없었다. 자원봉사자와 함께 와서 혼자 훈련했다. 처음 30분 동안은 잔디 위를 가볍게 달렸다. 몸이 풀린 후반 20분 정도는 파란 몬도 트랙 위에서 질주 감을 익했다. 그는 "블루 트랙의 감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훈련 끝 부분에 나타난 코치와는 훈련을 마치고 피스토리우스와 한참을 토론하듯이 얘기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대회에서 400m와 1600m계주에 출전할 예정다. 카본 섬유 소재 특수 의족이 주변의 다른 선수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계주 출전은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계속 했다. 일부에선 1600m계주에서 첫 번째 주자는 정해진 레인을 달리기 때문에 피스토리우스가 출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1600m계주는 두 번째 주자가 출발 이후 100m지점을 지나고부터 레인에 상관없이 달리게 된다.

피스토리우스는 "1번 주자로 나갈 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3번 주자로 나갈 수도 있다"면서 "내 다리가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를 방해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모두가 안전하게 달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생후 17개월부터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의족을 찬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 육상을 석권한 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일반인과 경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의족 때문에 공정경쟁이 힘들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피스토리우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였다. 피스토리우스는 피나는 노력 끝에 올해 400m에서 45초07로 출전 A기준 기록을 통과해 대구에 오게 됐다. 피스토리우스는 올해 시즌 랭킹에서 18위라 메달과는 거리가 좀 멀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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