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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김건우 "국내 최초 10종경기 8000점 깨고 싶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14 10:41 | 최종수정 2011-08-16 15:43


◇포환던지기 훈련하는 김건우. 스포츠조선DB

김건우(31·문경시청)는 고3 때까지 여러 육상 종목을 전전하다 갈림길에서 10종경기를 선택했다. 여러 종목을 두루 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보기로 했다. 10종경기는 이틀 동안 100m,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11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를 순서대로 소화해야 하는 극한의 종목이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전향한 지 한 달도 안돼 출전한 가을철종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후 확신을 갖고 한우물을 팠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그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선수가 됐다. 척박한 국내 10종경기계의 신화나 다름없다. 전문 트레이너도 없이 10여년간 외길을 걸어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20년 만에 한국에 10종경기 동메달을 안겼다. 이후 찾아온 오른발 뒤꿈치 부상으로 긴 슬럼프를 겪어 그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철인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보란듯이 재기해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 10종경기 은메달이었다. 그가 걷는 길이 국내 최초요, 최고였다.

그는 "항상 최초라는 말을 좋아했다. 최초가 된다는 것은 내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에도 역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도'라는 말은 이달 말 개막하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의 개인 최고 기록 경신을 뜻한다. 그는 이번 대회 목표로 8000점 돌파를 내걸었다. 그는 "국내 선수 중에서 처음으로 8000점을 넘고 싶다. 몸 상태와 마음가짐이 모두 좋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8000점은 국내 선수의 한계로 여겨져왔다. 국내 최고라는 그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06년 세운 7824점. 지난해 개인 최고 기록은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기록한 7808점이다. 200여점을 끌어올리기 위해 5년 넘게 매일 8시간씩 자신과 싸움하고 있다. 세계 기록은 로만 제블레(체코)가 2001년 작성한 9026점이다.

그는 15일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빨리 선수촌에 입촌해 담금질에 들어갔다. 하루라도 더 결전지에서 분위기를 익히려는 의도에서다.

그의 장기는 트랙 종목이다. 그는 "뛰는 것, 트랙 종목을 굉장히 좋아한다. 비장의 무기는 육상이다. 첫 날 마지막 종목인 400m, 둘째 날 마지막 종목 1500m을 잘 지켜봐달라"고 했다. 두 종목에서 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에 달해있다. 그는 2007년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대회 1500m에서는 출전선수 23명 가운데 가장 빠른 4분16초16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에 무려 5초 가량 앞설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최종순위는 7531점으로 23명 중 21위에 그쳤다. 단점으로 꼽히는 투포환,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등 투척 종목에서 평균 586점으로 저조했던 게 원인이었다. 나머지 7종목의 평균점수는 825점으로 좋은 편이었다. 종목간 불균형이 심각했다. 그는 "약세였던 투척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왔다. 경쟁력 있는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창던지기 훈련 중인 김건우. 스포츠조선DB

그는 "10종경기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날'이 한번씩 찾아온다. 세계기록을 세운 제블레 역시 그 날 그랬다"며 이번 대회 10종경기가 열리는 27일과 28일 '김건우 데이'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

10종경기 우승자는 흔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육상선수(World's greatest athlete)'로 불린다. 스웨덴 왕 구스타브 5세가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때 처음 도입된 10종 경기의 금메달리스트 짐 도프(미국)에게 "자네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육상선수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김건우가 대구에서 위대한 육상선수로 탄생할지 관심거리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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