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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몬주익 영웅 황영조의 끝없는 도전 스토리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8-10 14:18 | 최종수정 2011-08-10 14:18


◇국제육상경기연맹 크로스컨트리분과위원 선거에 출마한 황영조 감독. 스포츠조선DB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41·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요즘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로 첫 발을 내딛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5개 분과 위원회 중 하나인 크로스컨트리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한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총 10명을 뽑는데 30여명이 출마, 경쟁률은 3대1 정도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은 한국육상의 대표 얼굴이다. 이렇다할 실패 없이 가장 앞서 달려온 변신의 선두 주자다. 한때 육상 원로들로부터 나이 어린 사람이 너무 나선다는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앞만 보고 달렸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마라톤 풀코스 4번째 도전 만에 세계를 제패했다. 같은 해 2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2시간10분 벽도 깨트렸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기도 빨랐다. 발바닥이 계속 말썽을 일으켰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선수 은퇴했다. 당시 26세였다. 그리고 바로 학업을 선택했다. 고려대에 입학했다. 대학원도 다녔다.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2000년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을 창단하면서 초대 감독을 맡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기대했던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며 황 감독에게 비난 화살이 쏟아졌다. 재기를 위해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강단에는 계속 섰다. 2003년부터 강원대 겸임교수로 9년째 육상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 모교인 고려대에서도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2010년, 그는 육상연맹의 마라톤위원장을 맡아 지영준의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 금메달을 이끌어냈다. 4년전 도하에서 당한 수모를 씻어냈다.

황 감독은 아직 총각이다. 그를 아끼는 지인들이 어울릴 것 같은 신붓감을 수도 없이 소개시켜주었다. 고향 삼척을 지키는 해녀 출신 노모(이만희씨)의 마지막 바람을 아들은 잘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다른 일들은 내가 노력하면 잘 됐는데 평생의 배필을 찾는게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노총각 황 감독은 국제 무대로 눈을 돌려 새 일에 도전하고 있다. 더이상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25일 총회에서 회원국(212개국)들의 투표(1개국 1표씩)로 당선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대회 개최국인 한국은 그동안 박정기 IAAF 집행이사를 빼고는 세계육상 무대에서 목소리를 낸 이가 없다. 황 감독과 함께 전 여자 투창 국가대표를 지낸 이영선씨가 여성위원회, 경보 선수 출신 전두안씨가 경보위원회에 출마했다. 박정기 집행이사는 이번에 6선에 도전한다.

황 감독은 "10명을 뽑는데 30여명이 출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존 위원들이 똑같이 출마를 했기 때문에 그 틈을 파고드는게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우리도 이제 국제육상의 행정 분야에 뛰어들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 수준과 떨어진 격차를 좁힐 수 있고, 국가의 이익도 대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크로스컨트리위원회 출마를 앞두고 아프리카 마라톤의 강국 케냐를 다녀오기도 했다.

황 감독은 현재 한국육상연맹의 마라톤경보기술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을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막판 선거운동까지 해야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다음주부터 IAAF 집행이사와 회원국 회장들이 총회와 대구 대회에 맞춰 입국한다. 황 감독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는 집행이사와 투표권을 가진 회장들을 만나 한 표를 부탁할 예정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화려한 커리어와 호소력 있는 언변이 황 감독의 장점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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