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돌아온 사재혁 "역도 때려치고 선수촌 나가기도 했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28 11:37


◇사재혁이 27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역도대표팀 훈련에서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schocum.com

사재혁(26·강원도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77㎏에서 깜짝 금메달을 땄다. 여자 역도의 장미란(28·고양시청)과 함께 한국 역도의 쌍두마차로 군림했다.

지난해 5월 정점을 찍었다. 전국선수권대회 용상에서 211㎏을 들어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당연하다는 듯 담담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터키세계선수권대회와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져 갔다.

다시 모습을 나타낸 때는 그로부터 1년 1개월이 흐른 지난 6월 전국선수권대회. 자신의 합계 최고 기록인 375㎏에 한참 미치지 못한 364㎏을 들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거만이 하늘을 찌를 때 끊어진 어깨 힘줄

27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사재혁은 '사라진 13개월' 얘기를 들려줬다. 장난끼 많은 그는 "제 스토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저 스토리 많은 남자에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왼쪽 어깨 힘줄이 끊어졌다고 했다. 7월 초 핀을 박는 접합 수술을 받았다. 평생 어깨에 핀을 박고 살아야 한다.


힘줄이 끊어질 즈음의 얘기가 가관이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따고 어깨가 한 30㎝는 올라가 있었다.(웃음) 어딜 가도 '나 금메달리스트야'라며 시선을 의식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거만했었다. 대충 훈련하고 선수촌에서 외박 나가 매주 술먹어도 내 마음대로 바벨이 들어 지더라. 체중 관리도 내 마음대로 됐다. 그렇게 작년 5월에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역도가 참 쉬웠다."

'운동 선수는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부상을 경계하라'는 스포츠의 진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은퇴 마음 먹고 선수촌 뛰쳐나가

다섯번째 부상이었다. 그는 이전에 왼쪽 어깨 힘줄과 인대(파열), 오른쪽 쇄골(골절), 오른 팔목 인대(파열), 오른 무릎 인대(파열)를 다쳤다. 그는 "예전에는 어릴 때 다쳤기 때문인지 금방 나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다치니 회복이 더디더라"며 "다른 동료 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나가는데 나만 선수촌에 덩그러니 남아있으니 정말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올해초까지 강도 높은 재활훈련을 계속하는데도 회복이 늦자 은퇴까지 결심했다. 실제로 지난 5월까지 3개월간 선수촌을 나가 있었다. 그는 "역도를 관둬야겠다는 생각에 이형근 대표팀 총감독님과 상의하고 선수촌에서 짐을 쌌다. 어차피 은퇴할거면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될 때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후 소속팀(강원도청)으로 돌아가 지냈다. 매일 놀았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간 그렇게 지냈는데 문득 '안되겠다.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때마침 5월 제주 특별훈련이 있다고 해서 대표팀에 다시 들어왔다. 이 총감독님이 그냥 웃으시며 받아주시더라. '하는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과감하게 관두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다시 잡은 바벨, 올림픽 2연패 느낌 왔다

천재성은 다시 입증됐다. 3개월을 쉬다시피하고 한달간 몸 만들고 출전한 6월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합계 최고기록에 불과 11㎏ 차이로 근접한 기록을 낸 것이다. 그도 이 총감독도 깜짝 놀랐다.

그는 "비틀비틀하면서도 인상, 용상 여섯 차례를 모두 들었다. 훈련 때도 못 들던 기록을 대회에 나가 성공했다. 뭔가 느낌이 왔다"고 했다.

자신이 참가하지 않았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1위(173㎏)를 한 티그란 마르티로스얀(아르메니아)과 용상 1위(200㎏) 루샤오준(중국)의 기록이 저조했던 것도 자극이 됐다. 그의 최고 기록은 인상 164㎏, 용상 211㎏이다. 올해 11월 프랑스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이들과 경쟁해볼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힘줄 몇 가닥으로 버텨오다가 당한 부상이다. 어차피 겪을 부상을 작년에 당한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이다. 올해 다쳤다면 런던올림픽 출전이 아예 무산됐을 것이다"면서 "일단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 종목인 용상 금메달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런 다음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사재혁 프로필

생년월일=1985년 1월 29일(강원도 홍천 출생)

신체조건=1m68,77㎏

혈액형=B형

취미=당구, 낚시

체급=77㎏급

주요 수상경력=2009년 세계선수권 용상 금메달

2009년 코카콜라 체육대상 신인선수상

2008년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합계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7년 대한역도연맹 최우수선수상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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