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 모임에서 친지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 60대 남성 A씨는 언젠가부터 다른 자리에서도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괜히 자신감도 떨어지고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어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난청을 노화로 인한 자연적 현상이라고 해서 단순히 나이 탓이라 생각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난청은 우울증, 치매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증 난청환자는 정상 청력인 사람에 비해 우울증으로 진단 받을 위험도가 1.37배 높게 나타났다. 난청이 심한 노인일수록 치매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도 난청(25~40 dB)인 경우에는 치매 발생률이 평균 1.89배, 중등도 난청(40~70 dB)인 경우 3배, 고도 난청(70 dB)인 경우 4.9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귀가 어두워지면 우선 타인과의 대화가 힘들어져 사회생활이 위축되고, 혼자 외롭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칫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말을 한 번에 듣지 못하고 자꾸 되묻는 일이 빈번해짐에 따라 듣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마치 낯선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힘들고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힘든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환 교수는 "치매 역시 다른 위험요소는 조절이 어렵지만 보청기 등을 통해 난청이 개선되면 치매 위험성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난청으로 인한 우울과 치매 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만약 나이가 젊은데도 불구하고 대화에 어려움이 느껴지거나 가족 등 주변에서 TV, 라디오 소리가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난청을 의심하고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 전철과 같은 시끄러운 곳에서 이어폰 음량을 크게 틀고 듣거나,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듣는 것은 난청을 진행,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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