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 40점으로 '최고 응급' 단계에 속해 의식까지 없었던 환자가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후 지난 18일 퇴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보호자인 딸 B씨(25)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와 119의 도움을 받아 여러 큰 병원을 수소문했으나, 어머니를 받아주겠다고 한 곳은 세브란스병원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음날 간센터 이혜원 교수가 A씨의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를 하니, 무려 40점으로 최고 응급상황이었다.
다행히, KONOS로부터 뇌사자가 생겨 간이식이 가능하다고 통보받아, 응급실을 찾은 지 이틀 만에 장기이식센터는 환자에게 뇌사자 간을 이식하기 위한 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식 수술 전날 환자의 의식과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뇌부종, 폐부종이 발생해 응급으로 투석을 시행했다. 뇌부종은 뇌세포 내외에 수분이 축적돼 뇌 부피가 커진 상태고, 폐부종은 폐에 지나친 양의 체액이 쌓여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료진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막고자,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시행하고, 산소 100%로 인공호흡기를 세팅했으나,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80% 정도로만 유지됐다.
의료진은 긴급 논의 끝에 이대로는 수술이 진행될 수 없어, ECMO(체외막산소화요법)를 환자에게 달고, 2월 3일 밤 11시 30분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7시간 30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에크모(ECMO)라고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요법은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포함시켜 다시 몸속으로 넣어줘, 심장의 역할을 인공적으로 대신한다.
수술 후 5일이 지난 2월 8일 환자의 에크모가, 일주일이 지난 2월 10일에는 인공호흡기와 지속적 투석기가 제거됐다. 2주 후에는 일반 병실로 이동됐다.
수술 3주 후부터 침상 옆에서 관절 근육이나 힘줄이 수축돼 운동이 제한되는 것을 막고자 재활을 시작했고, 수술 2달 후부터 침대 밖에서 휠체어 타는 연습, 보조기를 잡고 서는 운동 등이 가능했다.
딸 B씨는 "2월부터 퇴원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엄마와 나에게 평범하지만 정말 소중한 '일상'이라는 것을 되찾아 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B씨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있었을 때 엄마의 이름을 부르면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 들을까 봐 너무 무서웠다. 중환자실 앞에서 교수님이 '이제 수술 들어갑니다'라고 말했을 때 울면서도 너무나 감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술을 이끈 이식외과 이재근 교수는 "ECMO(체외막산호화요법) 달고 진행하는 뇌사자 간이식은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로, 환자분은 거의 사지 마비 상태에서 지금은 건강하게 퇴원한 경우"라고 밝혔다.
또 "보통 말기 간부전이 심하면 하루 이틀도 못 견디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뿐만 아니라 폐까지 손상되면 환자분들은 이식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A씨는 적절한 수술 전 관리, 환자와 보호자의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 의료진에 대한 믿음 그리고 많은 의료진의 협력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근 교수와 이혜원 교수는 "한 줄기 희망이 없다고 생각되고, 포기해야만 한다고 얘기를 들을 때도 아직 길이 있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의 마지막 가능성이 '기적의 회복'이 되도록 밤낮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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