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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이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병원을 찾았다.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는데, 바닥이 울퉁불퉁한 걸 모르고 걷다 삐끗해 그만 넘어졌다고 한다. 눈으로 보기에도 발목이 벌겋게 부어오른 것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간단히 엑스레이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접질리면서 인대가 손상된 것 같아 반 깁스를 권했다.
인대가 손상되었다는 말에 환자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엑스레이로는 인대가 손상되었는지 알 수 없다. 엑스레이에는 뼈와 관절의 모양만 보이기 때문이다. 인대를 보려면 초음파나 MRI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에게 MRI 검사를 권하지 않은 이유는 급성기 손상 시기이기 때문이다. 발목이 접질린 직후는 발목이 많이 붓고 통증이 있지만 부목으로 고정하고 냉찜질하면서 1주일 정도 쉬면 대부분 좋아진다. 만약 1주일이 지났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면 그때 초음파나 MRI 검사를 해도 늦지 않다.
환자는 반 깁스를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1주일 후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부기는 빠졌는데 통증이 영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MRI 검사를 통해 인대가 생갭다 많이 손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는 약간 볼멘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발목이 아프다고 바로 꼭 MRI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처럼 처음부터 MRI 검사를 하면 좋지 않았냐는 경우도 있지만 한두 푼도 아닌 비싼 MRI 검사를 꼭 받아야 하는지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이 더 많다.
하지만 아무리 MRI 검사가 비싸 부담스럽더라도 다친 적이 없거나 다친 지 오래 되었는데도 발목이 자꾸 붓거나 통증이 있으면 엑스레이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도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연골이나 인대 손상은 MRI를 찍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대가 찢어졌다고 무조건 봉합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대가 손상되었어도 발목이 불안정하지 않은 경우라면 인대강화주사, 물리요법, 반 깁스 등의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발목 관절이 많이 손상돼 발목이 불안정할 경우에는 찢어진 인대를 봉합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발목이 아플 때 어떤 검사를 하고, 2차 검사를 할 것인지 여부는 환자마다 다르다.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환자를 진료하고 검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숙련된 전문의가 수많은 임상경험을 토대로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검사법을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를 믿고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자칫 제때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으면 발목의 상태를 몰라 적절한 치료를 할 시기를 놓치고,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물리치료만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것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인대 봉합술이나 재건술, 최악의 경우 발목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의사와 잘 상의해 필요한 검사를 받은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진호선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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