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전문점인가 복합쇼핑몰인가. 이케아의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가구전문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복합쇼핑몰(대형마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진출 이후 가구 판매보다 생활용품의 판매 비율도 높다. 그러나 이케아는 국내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휴업 등과 같은 규제는 전혀 받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의 사용도 가능하다. 국내 가구업계와 유통업계가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받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체성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국내 진출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 진출 6년, 업계 간 마찰 '~ing'
이케아의 전체 매출에서 대표 제품인 가구 판매 비중은 40%, 나머지 60%는 생활용품이 차지하고 있다. 판매 비중만 놓고 본다면 이케아는 사실상 대형마트다.
주목할 것은 이케아가 자신들을 '가구전문점'이라고 강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점의 사전적 의미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 판매가 아닌 취급 상품의 범위가 한정·전문화 된 곳을 말한다. 가구전문점이라면 침대, 옷장, 식탁, 서랍 등 생활에 필요한 가구 제품 위주의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 진출 초기부터 정체성 논란이 제기됐던 이유다.
이케아는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홈퍼니싱'이란 용어를 앞세워 조명,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해 각종 생황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홈퍼니싱은 집(home)과 단장하는(furnishing)의 합성어로 집안을 꾸미는 제품을 의미한다. 홈퍼니싱의 경우 소비자 니즈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는 만큼 모든 생활용품에 적용할 수 있다. 가구전문점으로서 사업 영역을 유통분야까지 넓힐 수 있는 '신의 한수'인 것. 게다가 이케아는 매장에서 식품도 판매한다. 가구전문점인 동시에 유통 공룡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케아는 '가구전문점'을 앞세워 국내의 각종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최근 가구업계와 유통업계가 '역차별'을 내세워 이케아 정체성에 문제를 다시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양쪽 업계 모두 이케아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 기업을 무조건 보호할 필요는 없지만 외국기업 기업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서도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8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국가구산업협회,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이케아가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관협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케아가 국내 진출 당시 가구전문점임을 내세워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규제를 피해 왔지만 사실상 그동안 운영형태를 보면 생활용품의 판매량이 가구 판매량을 넘어선 만큼 대형마트로 분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치권 및 국회를 통한 해결책 모색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업계 측은 이케아가 국내 진출 초기 국내 가구 중소업체들과 상생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회사 자구책이 아닌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케아의 등장에 따른 중소가구업계의 도산 위기와 이케아 광명점 등의 외식 관련 주변상권도 피해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도 가구업계와 비슷한 입장이다. 실제 국내에 처음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은 가구전문점을 넘어 종합쇼핑몰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후 생겨난 곳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케아의 정체성 논란은 국내 진출 6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현재 대형마트의 경우 월 2회의 의무 휴일 규제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 된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 휴일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대형마트의 입장은 다르다. 사업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매출 감소는 상당히 크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정부지원금 사용제한에 따른 고객유출 등을 더할 경우 매출 감소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가구전문점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이케아가 의무규제를 피해가며 국내 매장 확대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케아는 2014년 1호 광명점을 시작으로 지난 2월에는 수도권 외 첫 매장인 4호점 동부산점까지 열며 공격적으로 전국적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032억원. 한국 시장 진출 후 연평균 16%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성장세의 바탕에는 이케아만의 가성비 높은 제품 판매가 분명 자리잡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마트와 달리 의뮤휴일제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성장세를 한몫 거들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국내 진출 초기부터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 될 경우 소상공인과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규제 도입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확대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월 2회 의무휴업에 따른 매출 감소 체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대형마트업계가 정부에 한시적인 의무휴업 규제 완화 등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케아는 가구전문점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국내 진출 1년 만에 메기효과를 통해 가구업계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며 "가구전문점이라면 가구전문점 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용품부터 식품 등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 가구전문점을 넘어 복합쇼핑몰로서 공정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케아 "우리는 가구전문점" 도심내 매장 확대 계획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케아는 추가 매장 개설 등을 통한 국내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도심 외 매장 확대가 중심이었다면 도심 내 매장 확대를 통해 고객과 접점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국내 첫 도심형 매장인 '이케아 플래티닝 스튜디오 천호'를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열었고, 수도권 동남쪽 대형유통단지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매장 입점도 고려하고 있다. 도심 내 매장의 규모 특성 상 가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지만 브랜드 경쟁력 확대를 통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 등은 대형유통업계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케아는 국내 진출 이후 줄곧 자신들은 '가구전문점'이라고 강조해왔다. 다만 재난 지원금 사용 및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외 등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정책인 만큼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케아 측은 최근 각종 논란에 대해 "진출 국가의 규정과 정책 준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주방가전과 화훼(식물), 이케아 푸드 식재료 등을 국내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등 서비스 계약을 통해 파트너십도 맺는 등 다양한 상생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장을 오픈하는 지역의 지역사회에 좋은 이웃이 되고자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 협력해 지역발전 및 상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 확대와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생에 기여하는 점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며 "꾸준히 좋은 품질과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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