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대 여성 사이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빠른 폭으로 많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이 젊은 층에서 증가하는 이유와 예방 및 치료법에 대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한관희 교수와 함께 알아보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5년 새 47%가량 증가했다. 전체 환자가 약 15% 증가한 것의 3배에 이른다. 이에 한관희 교수는 "젊은층에서 자궁경부암의 발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성관계 경험이 늘고 시작 연령도 어려지면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바깥쪽에서 발생하는 상피세포암보다 자궁경부안쪽에서 발생하는 선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유는 젊은 여성에서 선암의 발생과 관련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18, 45형의 감염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상피세포암에 비해 선암은 발견도 더 어렵고 예후도 나빠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해야 한다.
HPV 바이러스, 5~20년에 걸쳐 서서히 암 발생시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 (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여성 10명 중 8명은 살면서 인유두종바이러스에 한 번쯤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흔하다. 감염되어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10% 정도는 2년 이상 감염이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자궁경부 상피 내에 종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계속 방치할 경우 자궁경부상피내암,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된 정상세포가 침윤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5~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 백신 접종 중요한 이유
자궁경부암은 99%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발견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즉, 암이지만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예방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암' 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암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번씩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존에 3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자궁경부암 검진도 2016년부터 만 20세 이상 여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20~30대 여성은 젊으니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산부인과를 꺼리는 경향으로 인해 검진을 받는 비율이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 통계를 보면 20대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약 20%에 그친다. 접종률도 50~60%로 낮은 편이다. 이에 한관희 교수는 "HPV 백신은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될 정도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백신이므로, 백신 접종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성생활 이전 접종이 좋지만 이후에도 효과 있어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성 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은 만 12세 여학생이라면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백신 접종 권고 나이는 9~26세이며, 26~45세 여성도 접종할 수 있다. 백신을 접종 받아도 자궁경부암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므로 성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의 치료는 진행의 정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 치료 등이 있다. 적절한 검진으로 암이 되기 전 단계인 상피내 종양에서 발견된다면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자궁경부의 중앙부위만 잘라내는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또한 침습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암의 병기가 1기이면서 암세포 침투 깊이가 3㎜ 미만인 경우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며 암의 크기가 2㎝를 넘지 않으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분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다시 연결해주는 광범위 자궁목 절제술을 시행하면 향후 임신과 출산을 기대할 수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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