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신생팀 SK '계산된 벤치마킹'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14시 42분
지난달 29일 신생팀 SK 와이번스가 유니폼을 공개했을때 주위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을 의심했다. 흰색바탕에 파란줄무늬.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이미지. 바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과 꼭 닮았다. SK 구단직원들은 "그래도 색깔이 더 진하고 세련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SK유니폼을 입고 프리배팅을 하고 있는 이진영의 뒷모습은 삼성 이승엽을 연상시켰다.
연고지와 선수수급방안을 놓고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티격태격하는 통에 시간이 없어 `벤치마킹'을 한 것. 지난달 31일 창단식에서는 두번째 `깜짝쇼'가 펼쳐졌다. 팀명칭 와이번(비룡．飛龍)을 형상화한 마스코트 전격 공개. 황금색 뿔과 빨간색 날개, 화살촉모양의 꼬리를 가진 용이 활짝 웃으며 방망이를 쥐고 있는 모습. 이건 완전히 현대 유니콘스 마스코트를 빼다 박았다. 일각수 유니콘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고 머리모양이 용인지 말인지도 구분하기 힘들었으니…. 현대 관계자들은 연고지(인천)를 빼앗아 가더니 결국 마스코트까지 가져갔다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남들의 장점을 조목조목 집어내 내것으로 만들수 있는 `막내'만의 특권은 구단버스에서 절정에 이른다. 군청색과 흰색의 오묘한 조화. 영락없는 두산 베어스 버스다.
유니폼은 삼성, 마스코트는 현대, 버스는 두산. 돌이켜보니 3팀 모두 강팀이다. 지난해 승률 2할2푼4리에 그친 쌍방울 선수단을 대부분 흡수한 SK. 삼성의 홈런왕 이승엽처럼 때리고, 현대의 20승투수 정민태처럼 던지고, 두산의 도루왕 정수근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기를 간절히 염원했기 때문일까.
[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