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강추위 전국 강타…독수리가 죽어간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4시 01분
`독수리 비상(非常).'
최근 전국을 강타한 영하 10도 내외의 강추위로 천연기념물 제 243호인 독수리들이 죽어가고 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해 탈진해 죽거나 쓰러져 긴급 후송되고 있어 관할 문화재청과 한국조류보호협회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에는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시작된 작년 12월9일부터 굶어죽었거나 탈진한 상태로 발견돼 독수리에 대한 신고가 하루 한건씩 걸려와 협회측이 사체를 인수했거나 탈진한 독수리를 후송해온 경우는 15일 현재 28마리에 이른다.
후송돼온 독수리중 건강을 회복한 경우는 6마리에 불과해 22마리의 천연기념물인 독수리가 생명을 잃었으며, 강원도청에 굵어죽은 것으로 신고된 5마리를 합치면 모두 27마리의 독수리가 먹이를 구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한 셈이다.
김성만회장은 "독수리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연일 죽어가는 경우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며 "우리나라에 250∼300마리의 독수리가 찾아드는데 이중 10%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독수리들이 떼로 죽는 경우는 지난 97년 강원도 철원에서 독극물을 먹어 죽은 새들을 먹다 32마리가 몰사한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이번엔 먹지못해 죽어가고 있어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독수리는 먹이를 사냥하는 검독수리 등과 달리 죽은 고기을 먹는 `자연 환경미화원'이어서 주위에서 많이 죽어주어야 사는 기구한 운명이다.
그런데 강추위로 경기도 파주, 연천, 강원도 철원 등 주요 독수리 도래지의 저수지와 강물이 꽁꽁 얼어 철새들이 대거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린데다 육상동물들도 밀렵꾼들이 올가미 등 덫을 사용해 마구잡이로 사냥해 먹이사슬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조류보호협회는 18일 닭 1300마리 등 먹이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부근에 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독수리가 떠나는 3월말까지 매주 1회씩 독수리 먹이주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