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창' 임방울 삶 무대오른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6일 14시 31분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옥중에 갇힌 춘향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고 갖은 고초를 겪다 옥중에서 이몽룡을 사무치게 그리며 토해내는 소리.
춘향가 중 옥중대목 `쑥대머리'다.
이 `쑥대머리'로 국민들의 가슴을 적셨던 임방울(1904∼1961)은 춘향보다 더 가슴아픈 사랑을 했고, 판소리로 예술혼을 살랐던 그의 인생은 어느 예술작품보다 더 강렬하고 비장했다.
소리 하나에 목숨을 걸고 소리 하나로 숱한 이들을 울리고 웃겼던 `국창' 임방울의 삶이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대한전통예술보존회(대표 성창순)가 18∼20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창극 `쑥대머리'다.
임방울은 1930년 서울에서 열린 전국명창대회에서 `쑥대머리'를 불러 청중을 사로잡으면서 일약 `민족의 가객'으로 등장한 인물. 일제강점기에 판소리로 민족의 애환을 표현하고 달래줬다. 그는 살아서 이미 신화적 명성을 쌓았고, 장례식 때는 그의 상여를 따르는 행렬이 2㎞를 넘어 장사진을 이뤘을 정도였다. `판소리가 낳은 최고, 최후의 슈퍼스타'로 평가받는다.
대한전통예술보존회가 올리는 이번 작품은 천이두씨의 `평전 임방울'을 바탕으로 판소리 기능보유자 성창순씨가 작창을 맡아 임방울의 사랑과 파란만장한 삶을 현대적 무대기법으로 표현한다. 판소리의 원형과 팔도민요가 두루 녹아있고 한국무용이 어우러져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구성한다.
연출 김효경(서울예술대학교수), 안무 체향순(백제예술대학교수) 등 관록있는 중견들이 스태프를 맡았다.
임방울의 더늠으로 잘 알려진 `쑥대머리'는 임방울의 연인이었던 김산호조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겹쳐져 더욱 유명해진 작품. 18일 오후 7시, 19∼20일 오후 3시, 7시. (02)595-0146∼7.
[이형석 기자 evol90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