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원조 '스페이스맨'과 깜짝 조우 '형님 반갑수'
기사입력 2000년 02월 08일 13시 10분
`스페이스맨(외계인)' 이상훈(29．보스턴)이 `원조 스페이스맨'을 만났다.
이상훈은 8일(이하 한국시간) 포트마이어스에서의 훈련도중 `스페이스맨' 빌 리와 만나는 `깜짝쇼'를 연출, 훈련장을 잠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페이스맨'은 지난달 8일 입단식 당시 보스턴 언론이 이상훈에게 붙여준 별명. 이상훈의 `튀는' 행동이 지난 70년대 기행으로 이름을 날린 보스턴 투수 빌 리와 닮은꼴이라 해서 그의 별명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괴짜'끼리의 만남은 빌 리가 올해 보스턴에 입단한 아들 앤디 리(투수)를 보기위해 포트마이어스를 찾으면서 이뤄졌다. 유심히 훈련모습을 지켜보던 빌 리는 휴식시간이 되자 뜻밖에도 아들이 아닌 이상훈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빌 리는 "내가 바로 `스페이스맨' 빌 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껄껄 웃었고, 당황한 표정을 짓던 이상훈은 상황을 눈치챈뒤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빌 리는 이상훈이 애연가라는 소식을 알고있다는 듯 "보스턴 투수들은 오래전부터 하나같이 골초들이었다"며 이상훈의 어깨를 토닥거려, `괴짜'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특이한 별명을 얻은 이유에 대해 묻자 빌 리는 "내가 기자들보다 더 똑똑한 것이 싫었던 모양"이라는 농담으로 운을 뗀뒤 "10년간 선수노조를 위해 일하며 늘 구단 및 고자세의 보스턴 언론과 맞서 싸우다보니 그런 별명을 얻게 됐다"고 대답했다.
현재 LA에 거주하며 고등학교 순회코치로 일하고 있는 빌 리는 "1960년 미군을 위한 위문경기를 위해 3주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아주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휴식이 끝나고 이상훈이 곧바로 다음 훈련장으로 이동하면서 10여분에 걸친 `괴짜'들의 만남은 끝을 맺었다. 이상훈은 "아주 인상깊었다"며 "기회가 닿으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포트마이어스(미국 플로리다주)＝김우석 기자 kwoose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