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이적생 곰' 전상열의 서울찬가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02시 10분
이쯤되면 친정집 한화를 향해 꾸벅 절이라도 할 판이다.
두산 전상열（27）은 불과 사흘전과 딴판의 타자가 됐다.
내야수 홍원기와 묶여 김경원과 트레이드된 것이 지난 14일 저녁.
새 반달곰 유니폼에 달달 밖아넣은 이름 석자가 아직 빳빳했던 15일 잠실 LG전서 5타수 3안타 3타점의 깜짝 타격쇼를 펼쳤다.
돌풍은 16일에도 이어져 3회 2점홈런을 날렸고 7회 4득점의 포문을 연 우월 3루타를 때려냈다.
트레이드 직전까지 9타수 무안타의 0할타자였던 전상열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두경기만에 타율을 2할7푼8리로 끌어올렸다.
야수－투수 맞바꾸기인 이번 트레이드서 전상열은 `메인카드'가 아니었다.
김경원 한태균 등으로 투수카드가 표류하면서 당초 `홍원기 딜'을 거부했던 두산이 14일 오후 늦게 전상열이 추가된 수정안에 OK를 한데는 속사정이 있다.
이날 중견수 정수근이 다리 통증을 호소해 선발을 포기했는데 벤치로선 심정수 최훈재에 이어 정수근까지 부상유행에 휩쓸리자 갑작스런 외야수 카드가 입맛에 당겼다.
발빠른 전상열은 수비형 선수로 여겨졌지만 김인식감독은 평소 쏠쏠한 방망이 솜씨를 눈에 두고 있었는데 전상열은 첫 두경기서 새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전상열에게 서울은 낯설다.
함께 이적한 홍원기는 처가에 짐을 풀었지만 전상열은 이틀째 호텔신세를 지고 있다.
대구에서 자라 야구를 배웠고, 대전을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
이곳 잠실벌에서는 기필코 승부수를 띄워야하는 고졸 프로 9년생이다.
[ 잠실＝이승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