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사기충전 '아무도 날 못막아'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4시 24분
농구에서 코칭스태프가 가장 곤혹스러운 때가 있다.
믿었던 해결사가 상대 수비에 묶여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에 그렇다.
부산 기아 `코트의 마술사' 강동희（33．1m80）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회전서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2차전부터 삼성 벤자민의 족쇄 수비에 시달린 것.
자신보다 무려 10㎝나 크고 몸놀림이 빠른 벤자민이 그림자 처럼 따라다니면서 제기량을 발휘하기가 부담스러웠던게 사실.
팀공격의 시발점인 강동희가 막히면서 기아는 2차전 패배의 쓰라린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벤자민이 계속 카운터 파트너로 붙었던 3,4차전서 강동희는 달라졌다.
`큰 나무'를 앞에 두고 무작정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기 보다는 도우미에 전념했다.
넓은 시야와 어시스트 감각으로 외곽 김영만, 골밑 윌리포드 등 동료들의 득점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또 힘을 아꼈다가 결정적인 고비에 `한방'을 터뜨려 승부의 분수령을 넘겼고 수비에도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강동희가 마음을 비우면서 기아의 팀플레이는 오히려 더욱 살아났다는 평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강동희는 이제 홀가분하게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일찌감치 난적을 만나 적응훈련을 제대로 해냈다는 느낌이다.
현대에서 어느 누가 수비수로 붙어도 자신있다는 표정.
4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짓고 모처럼 기분좋게 한잔 걸친 강동희가 우승을 확신하는 것도 그래서 더욱 현실감있게 보인다.
[김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