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보트하우스 - 뼈아픈 자기반성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문제작가 장정일씨(37)가 3년만에 새 장편소설 `보트하우스'(산정)을 선보였다. 그런데, 좀 뜻밖이다. 외설시비 끝에 옥살이까지 하게 만든 96년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무척 다르다. 느닷없이 타자기를 들고 나왔다.
소설은 작가의 분신인 `나는'이 구형 타자기 `클로버727'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그린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처음의 마음을 뒤적인다. 타자기는 그 `처음'을 상징한다.
그렇다 해도, 그는 여전히 불온하고 도발적이다. `껍질'을 깨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화살은 여전히 날카롭고, 때로 독이 묻어 있다.
`보트하우스'에서 장정일은 그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작가를 겨냥한다. 독설은 여전하다. 첫머리부터 작가를 `양계장의 닭'으로 비유한다.
그는 작가란 모름지기 `노벨문학상을 타보겠다거나, 아니라면 ×도, 포르노 비슷한 걸 써서 감옥에라도 한 번 가보자는 정도의 패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 대중의 욕망과 같은 욕망을 갖고 있고, 삐삐 혹은 핸드폰이나 들고 다닌다.
문제는, 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주인공 `나는'은 말한다. `베스트셀러가 되든 복권당첨이 되든 돈벼락을 맞기만 하면, 나는 손을 씻는다'고. 그가 쏜 화살은 부메랑이 되어 그의 가슴에 꽂힌다. 물론, 자청한 일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써왔던 작품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뼈아픈 자기반성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인용, 진정한 프로정신을 강조한다.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해진다.
이번 소설은 상상과 현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든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사무기 여점원이 타자기로 변하고, 타자기에서 뮤즈가 되는 게 대표적인 예.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킨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패러디한 부분도 있다.
소설 속에 또다른 소설이 중첩되어 있는 구성도 특이하다. 살인, 추적, 초능력, 마법, 유령소동 등 그로테스크한 부분도 많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