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SC] 습관성 과식증 - 우울증서 비롯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살이 찌는 여성들이 있다.
`습관성 과식증'이 있는 여성들이다.
L양은 대학 때까지만 해도 신장 1m70, 체중 56㎏으로 날씬한 편이었지만 졸업을 앞두고 취직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사과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주력했다.
노력한 결과 3개월만에 체중이 48㎏이 됐다.
너무 여위는 게 아니냐고 주위에서 걱정했지만 L양은 체중이 40㎏대라는 사실이 무조건 좋았다.
뭔가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취직도 됐다.
한데 설 연휴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집안에 쌓여있는 맛있는 음식을 보고 결국 과식하게 된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떡국을 두 그릇이나 먹고, 다이어트엔 `절대 금기식품'인 약과를 20개나 먹었다.
그뒤로 그동안 억제했던 식욕이 폭발, 거의 날마다 과식과 폭식을 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허전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L양은 2개월만에 60㎏을 넘어섰다.
초조해진 L양은 다시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전처럼 체중이 잘 빠지지 않아 고생 끝에 여름에는 53㎏까지 감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추석이 문제였다.
추석을 계기로 다시 과식하는 버릇이 생겨 이번엔 70㎏가 됐다.
L양은 이제 다이어트라는 말 자체가 겁이 났다.
L양처럼 다이어트를 하다가 `습관성 과식증'이 생겨 뚱뚱해진 사람은 보통의 비만한 사람보다 우울감과 자기 혐오감이 훨씬 심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우울증이 생길 때마다 체중 증가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우울증 치료를 식사 행동치료와 병행해야 한다.
또한 뚱뚱한 사람 중에서 습관성 과식중이 있는 사람은 무턱대고 체중감량을 하는 치료를 해서는 안된다.
체중 감량을 하기 위해 하루 1천200kcal이하의 다이어트를 하거나, 운동을 심하게 하면 습관성 과식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충분한 `다이어트 휴식기'를 가지면서 식사행동 패턴을 바로 잡는 치료를 받은 뒤 체중 감량을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습관성 과식중이 최근에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비만한 사람 중에 이런 습관성 과식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20∼30%나 되고, 결국 이들은 다이어트와 우울증에 의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기 마음과 마음 섭식장애 클리닉 원장 (02)592-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