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순례] (4)마리산-돌계단 외줄기 산행길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5시 16분
보통 산맥은 내륙에서 높았다가 바다 부근에서 낮아지는 것이 상례.
그러나 개성 송악산에 뿌리를 둔 마식령산맥의 말단부 강화에서는 특이하게도 맥의 끝부분이 솟구쳐 올랐다.
바로 마리산(469m).
송악산에 더 가까운 고려산 혈구산 진강산 별립산 등 강화의 다른 산들은 모두 마리산보다 낮다.
등산 대상지로서 마리산의 최대 강점은 바다를 굽어보며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산행 기점은 화도면 문산리 마리산 국민광광지 매표소.
초입은 멋없는 시멘트 길이지만 길가에 피어난 진달래 산수유꽃 덕분에 지겹지 않다.
15분 뒤 기도원부터 본격 등산이 시작된다.
돌계단이 대부분인 등산로는 능선 위로 외줄기.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리쉼을 하며 돌아보면 오른쪽과 뒤쪽으로 드넓은 개펄과 봄바다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단군이 제를 올렸다는 정상, 참성단까지는 1시간 10분 거리.
참성단에서는 북으로 백두산 천지, 남으로 한라산 백록담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같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참성단에서 발길을 돌리지만 마리산의 진면목은 여기서 함허동천이나 정수사로 가는 능선길로 들어서야 제대로 본다.
문산리에서 참성단까지의 길은 사람이 만든 난간과 돌계단으로 팍팍하지만 이곳부터는 자연미가 살아있는데다 능선 왼쪽으로는 봄들판, 오른쪽으로는 봄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갯내음 섞인 바람을 맞으며 제2봉까지는 가는데는 30여분.
골짜기로 난 하산길은 정수사에서 갈린다.
왼쪽으로 가면 함허동천, 오른쪽으로 가면 강화도 유일의 모래사장인 동막해변 부근의 사기리로 내려서게 된다.
▲산행안내
마리산 주변에서 교통이 가장 좋은 곳이 화도면쪽. 군내버스와 서울 인천 등지를 연결하는 직행버스 터미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마리산국민관광지 입장료 800원(학생 600원), 주차료 1천500원(승용차 기준).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경우 참성단까지 갔다가 되돌아오지 않고 함허동천이나 정수사로 내려가면 돌아오기가 만만치 않다.
택시는 미터기를 무시한채 1만원을 호가하므로 1천240원짜리 군내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나 배차간격이 2시간이 넘어 차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다쪽으로 걸어나가 개펄을 밟아보거나 해송이 우거진 동막 백사장을 거닐다보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심심치는 않다.
함허동천 방면의 긴 코스를 가려면 기도원 우물에서 물을 떠가는 것이 좋다.
관리사무소 (032)937_1624
강화군청 관광진흥과 (032)933_8011
▲가는 길
김포와 통하는 48번 국도가 강화도 가는 유일한 길.
301번 지방도를 타고 찬우물, 목비고개를 지나 전등사를 거쳐 화도 매표소까지 30여분.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찬우물에서 2번 지방도를 이용, 인산저수지를 지나 하우고개를 통해가는 편이 낫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강화읍까지 직행버스는 신촌발 4천400원, 인천발 4천600원.
강화읍에서 마리산까지는 군내버스로 35분쯤 걸린다.
▲먹거리
마리산에서 가장 가까운 갯마을, 화도면 선수포구는 밴댕이회의 발상지.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일러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하는 것은 밴댕이가 성질이 급해 물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기 때문이다.
담뱃갑 1개 반 크기의 서해 밴댕이는 머리와 등뼈를 떼고 초고추장에 찍어 통째로 먹는데 강화 특산물인 순무 깍두기와 썩 잘 어울린다.
기름기가 많으면서도 담백하고 육질이 연하고 30여마리가 올라오는 한 접시가 1만5천원으로 비교적 싸다.
한 접시는 보통 3인분으로 기름진 강화쌀밥과 함께 먹으면 산행의 허기가 싹 달아난다.
원조는 실향민 이성배씨(60)가 주인인 청강횟집(032-937-1994).
이씨는 "요즘 밴댕이는 먼바다에서 잡히는 것"이라며 "이달 중순부터는 맛이 훨씬 좋은 근해 밴댕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거리
마리산 나들이 날짜를 잘 잡으면 푸근한 인심과 풍부한 물산이 자랑인 강화 5일장을 볼 수 있다.
강화읍장이 끝자리 2일, 7일에 서고, 길상장은 끝자리 4일, 9일에 열린다.
냉이, 달래 등 봄나물과 저장 순무, 쌀은 소금기 있는 갯땅에서 자라나 맛이 일품이다.
요즘 꽃게가 잡히기 시작하고 있는데 게장을 담글만한 작은 것이 1㎏에 5천원으로 싱싱할뿐만 아니라 보통 시장의 3분의1 가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