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아르바이트] 경주마 소변받아내는 '애마총각'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15시 31분
세상에는 천차의 사람과 만별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마총각' 서복현씨（27．숭실대 3년）만큼 별난 아르바이트생도 드물 것이다.
일명 `말 소변받기'.
과천경마장에서 경주를 끝낸 말들로부터 도핑테스트（금지약물 복용여부를 가리는 검사）에 필요한 소변을 받는 일이다.
물론 모든 말을 다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배당금에 영향을 미치는 1∼3등 말만 상대하는데 암수를 따로 가리지는 않는다.
"말못하는 말로 하여금 소변을 보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의 진지한 표정으로 봐 말을 다룬다는 게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소변채취를 위한 제1단계는 분위기 조성.
방금 엉덩이 가죽이 벗겨지도록 채찍을 맞아가며 달리고 온 말이 소변을 보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분위기 조성을 위해 흔히 쓰이는 방법이 휘파람이다.
휘파람을 힘차게 불어주며 말의 기분을 소변이 보고 싶도록 맞추는 것이다.
말이 소변만 시원스럽게 봐준다면야 무엇을 더 바랄까.
하지만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성공률은 60％에 불과하다.
특히 땀을 통한 수분배출이 심한 여름철에는 30∼40％로 떨어진다.
물론 말의 성기를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기를 쓰고 받지 않아도 언젠가는 소변을 보겠지만 검사 규정상 20분 안에 끝내야 한다.
이쯤되니 20분 내내 입이 아프도록 휘파람만 불다가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다하다 안되면 피를 뽑아 검사하면 되지만 소변채취가 1차 관문인 만큼 아무래도 성공률이 떨어지면 낭패다.
이렇듯 고생고생 다루는 말이 하루 12마리. 경마가 매주 토, 일요일에 있으니 한달에 100마리 정도다.
분위기 맞추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말이 "예 있수, 받으슈"하고 소변을 지름 10㎝ 정도의 플라스틱 소변통 안에다 정확히 떨구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7톤의 위력을 지닌 뒷발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해서 서씨가 받는 일당은 3만8천원. 여기에 400％의 보너스가 붙어 월평균 55만∼60만원은 만질 수 있다.
"주말에 말 소변만 받다보니 여태 여자친구도 못구했다"는 서씨지만 그래도 경력이 어언 2년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