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2)고소영-엄마 성화에 발레 배워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중앙대 신입생시절 툭하면 땡땡이쳤던 에버랜드에서 선배들과 주로 탄 것은 청룡열차다. 그런데 이 청룡열차를 나중 앉은 자리에서 17번이나 탈 줄 누가 알았으랴.
바로 작년에 `016' CF 첫편을 찍으면서 한 생고생이다.
독자여러분에게 공언한다！ 하루에 `청룡열차' 17번쯤 타면 분명히 `소리가 보인다'.
이 기회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인 내 가족을 소개해야겠다.
아빠(고광석씨．59)는 내가 꼬마였을때는 해운회사 일본지사장으로 있으시다가 요즘엔 독립했다. 아주 자상하시다.
지금도 미인인 엄마(강희자씨．53)는 아마 어렸을때 나보다 더 예뻤을 것이다. 엄마는 무용을 했는데,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무용을 전공한 이유는 엄마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인가 싶다.
오빠(고상균씨．27)는 나보다 한살 위다. 지금은 외국인회사에서 컴퓨터그래픽 일을 하는데, 성격이 내 두배다.(내 성격을 상상하시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무엇보다 오빠는 탤런트 뺨칠 정도로 미남이다.
연예계 데뷔초에 이런 일도 있었다. 93년쯤인가 내가 뜨기 시작할 때 우리집 근처엔 사인을 받으러 오는 여학생들로 들끓었다. 당시 우리집은 서초동 우성아파트였는데, 하필 집도 1층이라 극성팬들의 좋은 타깃이 됐었다.
이들을 물리치느라 엄마가 제일 고생이었지만, 엄마의 동정심을 산 극성팬들은 종종 집안진입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내가 없고 이들을 마중한 오빠에게 여학생팬들이 `오빠'하며 달려들기까지 했다. 내가 집에 있을때도 그랬으니 없을때는 오죽 했을까.
아까운 인물이다.
우리집의 2남 2녀(엄마 아빠포함)는 성격적으로 뚜렷이 대별된다. 남자들은 보수적, 여자들은 개방적이다. 특히 엄마는 내 성격형성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친구같은 엄마는 어렸을때부터 "여자도 일해야 한다. 능력을 키워야지 남자한테 억매이면 안된다"고 가르치셨다. 절대 옳은 말 아닌가.
말 나온 김에 엄마에게 물려받은 무용에 얽힌 사연도 밝히겠다.
초등학교(서초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나는 무용을 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의 치맛바람에 의해서다. 이때부터 전공은 발레.
무용은 중2(서운중학교)때 중단했다가 고1(과천여고)때 다시 시작했다. 중2때 중단했던 이유는 초등학교 5학년때 무용과 함께 시작했던 승마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승마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얘기하기로 한다.
고1때 다시 무용을 한 이유는 담임선생님이 `무용하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김명희선생님은 학교의 무용단장이셨는데, 자기 팀에 나를 두고싶으셨던 거다. 이때 나는 두 서클에서 입단권유를 받았다.
무용부와 밴드부. 밴드부에서는 나를 깃봉을 두고 앞세우는 퍼레이드걸 리더로 쓰고 싶어했다. 퍼레이드팀 앞에서 육사생도 못지않은 날씬한 유니폼입고 멋지게 폼을 잡고 싶었지만, 그래도 무대위의 발레리나가 더 좋았다.
그리고 이 무용 때문에 나중에 일본진출까지 할 줄이야. 그것도 일본서는 아직도 인기있었던 우리 가수인 남진씨와 함께 말이다.[계속]
이제 지금까지의 스물여섯 내인생중 제일 전성기였던 중학교때를 얘기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