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남씨 작품전] '눈물의 잔치'
기사입력 1997년 06월 04일 13시 43분
5일부터 7월 15일까지 40일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작품전 `수난과 영광의 유민사_신순남'을 위해 2일 가족과 함께 내한한 그는 "몹시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화백은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내몰렸던 한민족 수난사를 화폭에 담아온 작가.
"그해 9월 할머니와 함께 화물차를 탔지요. 추위와 배고픔속에 열차에 빽빽이 실려있던 사람들, 열차옆 군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홉살 어린 가슴에 깊이 각인된 한민족의 피맺힌 한과 절규는 그의 평생 주제가 됐다.
영국 BBC로부터 `피카소에 버금가는 화가'라는 극찬을 받기도 한 그의 출품작들은 독특한 화풍이 정립된 80∼90년대의 작품 75점.
2m의 화폭 22장에 걸쳐 그린 44m의 `진혼제, 이별의 촛불, 붉은 무덤'(90년)과 52m에 이르는 `동방의 전설'(A Song．91년) 등 규모의 방대함, 사실주의로부터 초현실주의에 이르는 자유분방한 화풍, 박진감 넘치는 화면구성, 뛰어난 작품성과 장엄미 등은 관객을 압도한다.
특히 민족의 한맺힌 고통과 죽음을 고발하는 `진혼제' 시리즈는 어두운 톤에 적－청－흑－백의 강한 대조가 이뤄내는 극적인 느낌, 간결하고 힘차게 뻗친 인물들의 슬픔이 제의적인 분위기를 띤다.
그러나 `수코크 아이들'(96년) 등 최근작품들은 추상미술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화면은 보다 생동하는 색채의 율동을 보인다.
임영방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신화백의 작품은 민족의 한을 위대한 예술혼으로 어루만진 고통과 시련, 영광과 승리의 교향곡이자 대서사시"라고 평가했다.
신화백은 타슈켄트 아스트로브스키 연극미술대학을 졸업하고 57년 모스크바 `세계청년작가전'(1위), 우즈베키스탄 `청년작가전'(2위) 수상으로 주목받은 이래, 78년 우즈베키스탄 공훈미술가가 됐다.
한국정부로부터 5일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그는 출품작을 고국에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