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강인권 '나홀로 귀가'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정규시즌에서 3년 8개월여만에 노히트노런이 기록된 지난 23일 대전 OB_한화전은 재미있는 뒷얘기도 많았습니다.
8회 심정수 타석때 정민철의 공을 뒤로 빠트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주자를 살려보내 아깝게 퍼펙트를 놓친 `원흉'인 포수 강인권은 "밖으로 나가면 관중들에게 맞을까봐" 운동장 밖으로 나가지 못했는데요,
결국 다른 선수들이 다 귀가한뒤에도 20분 정도 덕아웃에 앉아 있다가 죄지은 사람처럼 조용히 구장을 빠져나갔죠.
하지만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절친한 친구인 정민철이 "노히트노런은 （강）인권이와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보고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답니다.
OB에서 유일하게 1루를 밟아 퍼펙트를 막아낸 심정수는 1루에 나간 소감을 묻자 "그거 밟은 기분이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태가 지난주 때아닌 `구단 매각설'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지난 21일 증권가에서 해태 그룹 계열사의 경영악화에 따른 부도설이 소용돌이 치면서 부터였죠.
이 `악성루머'의 불똥이 야구단에 떨어져 `해태가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프로야구팀을 판다'는 소문이 밑도 끝도 없이 퍼져나갔습니다.
결국 이러한 풍문은 헛소문으로 판명이 났지만 해태구단 관계자들은 "무슨 얘기만 나오면 항상 야구단이 도마위에 오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볼멘 소리를 하더군요.
◇…현대 염경엽이 데뷔 이후 처음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에 대주자로 나가 어처구니없는 주루사를 당한 결과죠.
염경엽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짐을 싸들고 인천으로 돌아가며 "지난 91년 데뷔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염경엽보다 더 허탈해한 사람이 지난 7년동안 줄곳 원정숙소를 함께 써온 김경기였습니다.
김경기는 "집사람보다 오히려 경엽이와 함께 얼굴을 맞댄 시간이 더 많았는데…"라며 섭섭한 표정을 짓더군요.
◇…롯데 정광조단장이 앞으론 밀면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정단장은 그동안 팀이 부진할때마다 밀면으로 식사했는데 그때마다 팀이 이기곤 해 징크스처럼 여겼었죠.
5연패 중인 지난 24일도 경기전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밀면을 먹었답니다.
밀면을 먹으면 `밀어붙이는' 힘도 생길거고, 타격이 부진해 적시타가 안나오더라도 `밀어내기' 4구라도 나올 것이라며 아예 곱배기를 시켰죠.
정단장의 말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어요.
0－5로 뒤지다 5－5까지 밀어붙인 뒤 밀어내기로 결승점이 나왔죠.
밀어내기를 롯데가 아닌 해태가 했다는게 다른날과는 다른 `밀면 징크스'였습니다.
◇…LG 임선동이 기우제 대신 `삭발 의식'을 가졌습니다.
지난 23일 쌍방울전에 선발로 나가 데뷔 첫 패전을 기록한 임선동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미용실을 찾아 전형적인 스포츠형 머리로 변화를 준 겁니다.
시범경기부터 등판할 때마다 날씨가 우중충하거나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는 등 왠지 모르게 찝찝했는데 연승이 끝나자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을 갖겠다며 머리에 가위를 댔지요.
임선동이 달라진 모습으로 운동장에 나타나자 코칭스태프는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이유 있는 변신"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