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동양단장의 V기원 '108배'
기사입력 1997년 04월 12일 14시 44분
동양 박용규 단장（53）은 게임이 있는 날은 어김없이 부근의 영산（靈山）을 찾는다. 등산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량'（道場．불도X佛道〉를 닦는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박단장의 `도량 순례'는 지난 4월1일부터 시작됐다. 동양이 정규리그 막판 2연패를 당한뒤 나산과의 플레이오프 1회전 첫경기를 앞두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대구의 영산 팔공산을 찾은 것. 박단장은 이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청승맞게 맞으며 동화사 부근의 갓바위에서 108배（拜）를 올렸다. `저희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는 기원과 함께…. 불심（佛心）이 깊은 박단장이었지만 대단한 정성과 인내력이 요구되는 108배를 올린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기원이 효험을 본 것인지 동양은 이날 나산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다음날도 박단장은 팔공산에 위치한 파계사를 찾았다. 이후 `도량 순례'는 박단장의 일과가 됐고 목포 원정경기때는 유달산의 해봉사, 서울 중립경기때는 능인선원을 찾아 정성스럽게 108배를 올렸다. "묘하게도 승리를 기원한 날은 반드시 승리했고, `오늘도 승리를 기원하는 것은 도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4차전때는 패했다"는 것이 박단장의 얘기다. 그러나 박단장은 기원 자체가 승리로 이어진다고 믿는 `맹신론자'는 아니다. 50줄의 그가 산을 오르고 108배를 드리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겨운 일이다. 박단장은 자신의 이러한 정성이 선수들의 정신무장과 구단－선수간의 일체감 형성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러한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박단장은 동양과 기아의 준결승 1차전이 펼쳐질 13일에도 대구 팔공산을 찾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