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하위타선 '핵' 1번같은 9번타자
기사입력 1997년 04월 03일 15시 01분
9번타자는 상－하위타선을 잇는 징검다리다. 득점 기회를 끊지 않고 톱타자까지 연결시켜야 하고 자신의 출루율을 높여 상위타선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9번타자가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타순이 안정되고 공격의 짜임새가 있다는 뜻. 현대 `재간둥이' 박진만（21）은 그런 면에서 톱타자나 다름없는 9번타자다. 작년 타율 2할8푼3리로 8개구단 9번타자가운데 최고인 것은 물론, 49득점 38타점에 도루도 팀내 3위（11개）를 기록해 하위타선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자기 타순의 중요성을 아는 이기에 올시즌 `톱타자 대우 9번타자'가 될 것을 선언했다. 올해 목표는 안타 120개와 도루 20개 이상. 진루타 위주의 철저한 팀배팅으로 찬스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작정이다. 시범경기 초반 장타를 욕심내기도 했지만 타격폼이 흐트러지며 1할대의 빈타에 허덕였다. 역시 자기 스타일이 아니었다. 지난 1일 수원 해태전에서 9번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자 마침내 방망이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팀배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스윙을 하자 빨래줄같이 뻗는 안타 2개가 나오며 타격감도 살아난 것. 지난해 자제했던 도루도 기회만 나면 시도할 생각이다. 스스로 득점권까지 진루하는 1번타자 못지 않은 찬스메이커가 되기 위한 것. "알짜배기 9번타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겠습니다." 차세대 야구천재 박진만이 현대타선의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